월 90만원으로 시작해 30만원씩 올려 최대 150만원, 월 120만원으로 시작해 3개월 후 150만원 동결, 월 120만원.
최근 상품 광고사진을 주로 찍는 스튜디오 세 곳에서 면접을 본 ㄱ씨가 각각 제안받은 임금 수준이다.ㄱ씨는 지난달 26일 촬영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moksori_on_set)에 이를 제보하며 글을 남겼다. “언제쯤 모두가 합당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날이 올까요?”
최근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엔 ㄱ씨처럼 국내 광고·화보·드라마 등 화려한 촬영 현장 뒤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폭로하는 제보가 꾸준히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계정이 개설된 이후 17일까지 7개월 동안 해당 계정에 제보를 통해 게시된 글은 99개다.
촬영 현장 노동자이기도 한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한겨레>에 보낸 메시지에서 “실제 업계에선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자잘하지만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아주 많은데, 촬영 현장에서 일하며 노동자들 간에 대화의 창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 계정을 개설하게 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명으로 제보를 받다 보니 제보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위해 소속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을 요청하고,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제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는 업계의 부조리가 드러날 수 있도록 계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촬영 현장 노동자들은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근무까지 당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4년 차 포토 어시스턴트라고 밝힌 ㄴ씨는 지난달 22일 게시된 글에서 “어시스턴트들은 퇴근의 개념이 없다. 어차피 집에는 못 들어가니까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 동기 선후배들과 몇만 원씩 나눠 고시원에서 사는 친구들도 많다”며 “심한 스튜디오는 아직도 월급을 100만원도 안 주면서 밥값조차 챙겨주지 않는다”고 적었다.
해당 계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한 달 19∼20일, 하루 14∼15시간가량을 일한다고 응답했다. 현직 포토 어시스턴트라고 밝힌 ㄷ씨는 지난달 21일 게시된 글에서 “일부 스튜디오에서는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월급을 줬다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일명 ‘페이백’을 하는 곳도 있다”며 “심지어 일부 스튜디오 실장들은 촬영 후 받은 페이(돈)에 10%를 상납받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인격적 모독 등 직장 갑질이 빈번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촬영장에서 남성감독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는 ㄹ씨는 지난달 12일에 게시된 글에서 “한 남성감독은 제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왜 여성 감독이 없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대답을 강요했다”며 “대답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말에 신체적 차이, 경력 단절 등 여성을 깎아내리는 말을 스스로 뱉어야만 했던 순간이 너무나도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적었다.
익명으로 올라오는 제보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실제 업계에 일해본 이들은 “크게 놀랍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패션 화보 촬영 업계에서 1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20대 ㅁ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계정에 올라온 제보 내용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겪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게시글들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moksori_on_set’ 계정. 인스타그램 갈무리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