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에서 경광봉을 들고 안내하는 사회복무요원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 ㄱ씨는 지난 5월30일 저녁 7시께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열차 내 유실물 확인 지시를 받고 동료와 함께 승강장으로 갔다. 열차 안에서 유실물이 없는 것을 확인한 ㄱ씨가 나오려는 찰나, 기관사가 열차 문을 닫아 열차 문 사이에 몸이 끼었다. 동료가 경광봉으로 문을 열라는 신호를 했음에도 열차 문은 열리지 않고 스크린도어까지 닫힐 상황에서, ㄱ씨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빼며 나왔다. 이로 인해 팔과 늑골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지만, ㄱ씨는 “서울교통공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사례를 7일 공개했다. 병역법은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장애인∙노인∙아동 등 사회복지시설 등 공익 분야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1년 9개월 간 복무하게 해 병역의무를 대신하도록 한다.
단체가 공개한 제보 사례를 보면,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ㄴ씨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심기 보좌도 사회복무요원이 해야 한다. 점심 메뉴를 일일이 물어보고 배달음식이 오면 가져다 드려야 하고, 식사가 끝나면 치워야 해서 제때 밥을 못먹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회복무요원 ㄷ씨는 “공무원 계정을 빌려 업무 포털에 접속해 민원인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직접 조회하고 기입해야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전담으로 맡아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지만, 공무원 대신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들은 지난 3월7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지만, 의정부지청은 이를 반려했다. 의정부지청은 “사회복무요원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특별한 지위다. 직무상 행위는 공무수행으로 보고,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고 반려 이유를 밝혔다.
이에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은 7일 서울행정법원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조 위원장은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이고 다른 노동권보다도 두텁게 보호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라며 “우리의 특수한 지위가 우리의 근로조건의 차이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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