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요? 미국에서 가장 핫(hot)한 동네죠. 실리콘밸리가 미국 돈을 다 벌어주고 있잖아요. 당연히 직업이 안정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주민의 말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여 정보기술(IT)의 중심이 된 새너제이. 이곳에 대해 거주민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두가지 사실이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고, 아시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의 중심인 뉴욕 인근의 뉴저지 등과 마찬가지로 유망 산업을 이끌고 있고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에서 자녀 교육은 단연 화두다. 무엇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아시안의 교육열은 새너제이를 미국 내 우수 학군 지역으로 만들었다. 새너제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고등학교들은 아시안 학생의 비율이 적게는 60%, 많게는 90% 가까이 차지한다. 중국과 인도 학생의 비중이 크며, 이들의 부모 역시 부유하고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인 학부모들은 “한국 부모가 극성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중국·인도 부모를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모가 입시에 몰두하다 보니 미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과열된 경쟁이 벌어져 입시 컨설턴트가 성행한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과 갈등을 겪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한인 학부모는 “미국은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문화니까 학창 시절 내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졸업하자마자 인연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우려 때문에 아이를 통제하기보다는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도 크다”고 말했다.
새너제이/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