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원의 잇단 허용 결정에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막고 있는 경찰이 성공보수 등으로 최소 8000만원 가까운 소송비용을 집행·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의 집무실 앞 집회 금지통고에 불복한 4개 단체가 낸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책정한 변호사 선임료와 성공보수 예산은 모두 7700만원(5월23일 기준)이다. 이후에도 경찰 금지통고가 반복된 만큼 소송비용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집시법이 ‘보호’ 대상으로 삼는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구체적 법원 판단이 일찌감치 나오자, 경찰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했다.
지난 4월25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경찰 금지통고에 처음으로 법원 판단을 구하자, 경찰은 정부 소송을 전담하는 정부법무공단에 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사건을 맡겼다. 선임료 650만원(본안 500만원·집행정지 150만원)을 지급했고, 성공보수는 700만원(본안 500만원·집행정지 200만원)을 약속했다.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철도고객센터지부 등이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무지개행동 손을 들어준 엿새 뒤, 경찰은 다시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60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집행하거나 책정했다. 참여연대 및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낸 두 건의 집회를 금지한 사건에서, 경찰은 각 사건별로 선임료 1500만원씩을 지출했다. 승소 시 성공보수도 1500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법원은 다시 두 단체 쪽 손을 들어줬다.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이후 경찰은 공공운수노조가 공공부문 간접고용 철폐를 요구하며 신청한 집회에 대해서도 예산 350만원(선임료 150만원, 성공보수 200만원)을 집행·책정해 대응했다.
법원의 계속된 집회 보장 결정에도 경찰은 본안소송에서 집무실 앞 집회 개최 여부의 정당성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평통사의 경우 법원 결정으로 집회를 열 수 있게 된 뒤 본안소송을 취하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계속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3일 ‘소취하부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해 본안소송에서 다툴 뜻을 밝혔다. 조승현 평통사 팀장은 “경찰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싶
다.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도 이례적인데, 결국 정권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경찰의 소송비용 지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서울경찰청은 법원 결정을 고려해 300∼500명 소규모 집회 개최는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4일 오후 5시~저녁 8시 사이에 집무실 건너편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499명 규모 집회를 금지통고했다. 이에 법원은 또다시 집회 개최 결정을 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집무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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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