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 직접통제 계획을 비판하는 동안 경찰청 직장협의회 이소진 위원장(오른쪽)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21일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경찰청이 “법치주의 훼손 우려”라는 공식 입장을 낸 뒤, 정부는 곧바로 경찰청 주요 보직자가 포함된 치안감 인사를 22일자로 단행했다가 불과 2시간여만에 일부 보직을 다시 바꾸는 초유의 인사를 했다.
자문위 공동위원장인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날 “행안부 하부 조직 신설은 대통령령으로, 지휘규칙은 행안부 부령으로 제정 가능하다. 장관에게 보고한 뒤 논의가 더 필요 없는 사항은 바로 시행하고 입법 사항은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 동의 없이 개정이 어려운 정부조직법을 건드리지 않고 경찰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운데)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대 자문위원, 오른쪽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연합뉴스
권고안은 경찰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인사·징계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에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성 통제 강화라는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하며 법치주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전문가, 국민, 현장 경찰 등이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경찰청 입장이 나오고 2시간여 뒤인 저녁 7시께 경찰청 주요 간부들이 포함된 치안감 28명의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이어 밤 9시30분께 치안감 7명의 보직을 수정한 인사를 다시 냈다. 경찰청은 실수라고 했지만, 치안감 인사는 대통령 승인 사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치주의 훼손 입장 발표에 대해) 가만히 있으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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