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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희생자에 국가 애도 필요”…시민들 인권위 진정

등록 2022-06-23 16:15수정 2022-06-23 16:45

시민·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기자회견
“코로나19는 사회적 참사”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위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위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요즘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누리지 못한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돼 모두 기뻐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지난 4월29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요즘은 확진자 숫자나 사망자 숫자조차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모든 시간을 빠르게 잊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입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동안, 잠시라도 이들을 추모하거나 이들을 잃은 유족들을 기꺼이 안타까워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쁘게 지나가는 직장인들 사이로 23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 선 민지씨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해제 기간이 지나서까지 4개월 넘게 중환자실에서 고군분투했던 민지씨의 어머니는 끝내 세상을 등졌다. 민지씨는 “어머니의 사망진단서엔 코로나19가 기재됐음에도 격리해제가 된 지 한참 시간이 지나 (사망했다는) 이유로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는) 코로나 사망자로 신고되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이 원래 이 사회에 없었던 것처럼 고인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위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위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날 민지씨를 비롯한 시민 102명과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인권단체 8곳은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공적 추모와 애도를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지난 13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진정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했고, 100명 넘는 시민이 공동 진정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 국회의장 및 행정안전부 장관, 지자체 단체장 등에게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추모 및 애도 권리 보장을 위한 ‘추모 및 예우에 관한 사업 시행’에 필요한 입법적·행정적 조처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위원회 설치·구성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이들은 2만명 넘는 사망자를 남긴 코로나19를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채완 변호사는 “코로나19는 단순 바이러스로 인한 자연재난을 넘어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참사에 해당한다”며 “의료공백으로 인해 사망한 시민과 이주노동자, 홈리스(노숙인), 장애인, 기저질환자들,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한 노동자, 시설 내 집단감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국가 보호를 받지 못해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했고,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지난 3월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했던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모임’의 김누리씨는 “(어머니는) 코로나 확진으로 폐렴을 얻었는데, 사망진단 시엔 그저 ‘폐렴’만 적혀 있었다”며 “저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사망자’로 남아 이대로 잊혀야 하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정부는 방역만 힘쓰며 그저 전파를 막으려는 격리(를 했고) 기간에만 치료를 책임져 그 이후에는 (환자를) 놓아버렸다”며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뒤 3년여가 흘렀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애도나 추모를 표한 바는 없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국가는 공적인 애도의 장을 (여태) 마련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일부 브리핑에서 추모를 했지만 함께 참여하는 공적 애도 시간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외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오프라인 추모공간 설립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숨진 시민 8만명을 기리는 첫 공식 추모식을 열었고, 비슷한 시기 미국 메인주 의회에는 이 지역에서 사망한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해 추모관을 건립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미 켄터키주는 지난 6월 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영구적으로 기리기 위한 기금 마련 차원에서 펀드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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