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항의하며 30일 열기로 한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회의가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제안되는 등 일선 경찰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신설 반대’ 국회 입법청원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받기 시작했는데, 6시간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4일 팀장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1천여명 참석을 예상하면서 경찰인재개발원 대운동장에서 회의를 열겠다고 한 김 경감은 “이번 회의는 총, 무기와 1도 관계없는 저 혼자서 기획, 추진하는 토론회로 쿠데타와는 전혀 관련 없다. 만에 하나 쿠데타를 희망하고 관심을 느끼는 경찰 동료는 참석을 자제해 달라”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을 비꼬았다.
그는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수천명의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직위해제와 감찰조사를 하실 건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경찰 지휘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는 30일 인재개발원 앞에 경찰회의에 반대하는 취지로 500명 집회를 신고하기도 했다.
실제 회의가 열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경찰청은 전날 각 시·도경찰청에 사실상 ‘집단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복무규정 공문을 내려보냈고,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도 향후 회의 등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경찰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복무규정 강조사항’에 위반이 될 우려가 있어 회의를 허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27~29일 각 시도경찰청에서 공식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직급별 또는 전체 경찰 회의 자제를 유도 중이다.
여기에 이날 오후 늦게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추가 회의 개최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면서 강경 여론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칠 수 있다”며 “이제는 경찰조직을 안정시키고 국민들과 함께 하면서 긴 호흡을 할 시간”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서장 회의 현장 참석자 56명 감찰에 착수한 경찰청은 참석자 징계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경찰 내부에선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을 제외한 나머지 총경들을 중징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청 지휘부가 회의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참석자들에 대해서 ‘엄정 조치’를 예고했으나, 경찰청은 회의 도중 해산 지시 명령을 통보받은 류 서장이 참석자들에게 이를 뒤늦게 일부에게 축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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