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홍(51)씨가 10일 오전 이재민 임시 대피소로 마련된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주민센터 3층 강당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침수된 집 도어락이 고장 나 문도 못 열고 있어요. 집을 완전히 수리하기까지 두어 달은 여기서 지내야 하는데, 샤워도 할 수 없어 걱정입니다.”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다세대 주택 지하에 거주하는 우지홍(51)씨는 침수 피해를 입은 뒤 사흘째 주민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서울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자가 잇따르자 각 구청은 주민센터나 체육관, 학교 등을 ‘이재민 임시 대피소’로 활용하고 있다.
10일 오전에 찾은 신대방1동주민센터 3층 강당에는 10여개의 요가매트가 두 줄로 빼곡히 깔려있었다. 이주민 1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새벽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에 돌아온 우씨는 조용히 잠을 청하기 위해 입구에서 가장 먼 안쪽 자리에 자리를 잡아 담요를 덮고 눈을 붙인다. 주민센터엔 별도 샤워공간이 없어 회사에서 퇴근 전 샤워를 하고 돌아왔다.
우씨는 지난 8일 밤 변기물 역류부터 시작해 지하방에 빗물이 순식간에 목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옷 한 벌조차 건지지 못했다. 우씨는 회사 작업복을 번갈아 입고, 회사에서 샤워와 빨래를 하고 있다. 아직 집 정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도어락이 고장 나면서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물을 빼고 모든 가전과 짐을 버리고 새로 도배·장판 등을 정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달은 자야 할 것 같은데, 밥 먹고 씻을 곳이 없어 불편해요. 달방을 가려고 해도 한 달에 50만원 이상은 줘야 하니까 할 수 없죠. 5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는데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 정말 막막해요.”
이틀밤을 이곳에서 지낸 이아무개(82)씨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가져온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침수된 지하방에 자원봉사자들이 양수기를 활용해 물만 겨우 빼낸 상태지만, 주민센터에 마련된 잠자리가 불편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씨는 “거동이 어려운데 3층에 있는 데다, 추위를 많이 타니까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는 곳에서 지내기가 어렵다. 다닥다닥 붙어서 자다보니 코고는 소리에 잠도 못 잔다. 급한 대로 침대만 정리해 집에서 지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는 “아직 집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악취도 나는데, 어르신이 어떻게 지내실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10일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대피소 모습. 장나래 기자.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대피소에는 텐트 7개와 매트 10여개가 설치됐다. 전날 밤 이곳에는 이재민 30여명이 잠을 청했다. 이곳에서 이틀째 생활하고 있는 정옥순(58)씨는 이날 점심을 주민센터에서 나눠준 빵으로 때우고 있었다. 정씨는 “관악구 주민센터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해서 구를 넘어 이곳까지 오게 됐다”며 “식사나 샤워를 할 수가 없어, 이곳에서 얼마나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갈 곳이 없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리가 불편한 정씨는 양수기를 구하지 못해 아직까지 집 안에 침수된 물조차 다 빼지 못한 상태다.
각 구청은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임시 대피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지금 계신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물과 텐트, 담요 등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대피소 텐트 안에서 정옥순(58)씨가 10일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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