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지난 8일 폭우로 관악구 반지하에서 숨진 홍아무개(47·46)씨 자매와 딸 황아무개(13)양의 영정. 고병찬 기자
폭우로 침수된 반지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장애인 가족 3명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이들을 추모하는 가족,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지적장애인(발달장애인) 홍아무개(47)씨와 동생 홍(46)씨 그리고 동생의 딸 황아무개(13)양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비극적인 죽음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에선 오후 내내 통곡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빈소를 찾은 친척들은 평소 동생 홍씨가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 홍씨를 보살피고, 고령의 어머니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의 생계를 책임져왔다고 했다. 자신을 동생 홍씨의 사촌 올케라고 밝힌 ㄱ(66)씨는 “홍씨의 아버지가 당뇨로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동생이 말없이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왔다. 장애가 있는 언니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며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아이가 세상을 떠나 너무나 불쌍하다. 항상 외숙모라고 저를 불렀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했다.
황양의 친구들도 빈소를 찾았다. 황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그 친구 4명과 함께 온 김규한(48)씨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장모님과 아내가 황양 할머니·엄마와 친하게 지내왔다”며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같이 놀면서 초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터라 충격이 더 한 것 같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됐는데 좋은 곳에서 잘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동생 홍씨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의 노조 전임자로 감정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온 사실도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4년 전부터 노조 전임자 역할을 맡은 홍씨를 추모했다. 홍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홍씨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김수현 노조 사무국장은 “홍씨는 항상 본인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셨던 분이다. 가족한테도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재난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몇 년에 걸친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면세점 노동자들의 소득 저하는 더욱 반지하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를 선택하기 어렵게 했을 것이다. 지금도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도 반지하에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나은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O’(숨진 동생)아 ‘OO’(숨진 동생의 딸)이랑 행복한 곳에서 웃으며 지내고 있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지난 8일 폭우로 관악구 반지하에서 숨진 홍아무개(47·46)씨 자매와 딸 황아무개(13)양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