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골프 접대’ 의혹에 연루된 이영진 헌법재판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헌법재판관의 윤리규정을 제정하는 등 헌법재판소(헌재) 스스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변협은 16일 성명을 내어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사태로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법조 구성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수처가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하고, 헌법재판관에 대한 징계 등 실효적 제재를 위한 헌재 내부 윤리규정과 입법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헌재의 후속 조처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탄핵이라는 경직된 방식 외에는 징계 등 별도의 제재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헌재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신속히 헌법재판관에 대한 윤리규정 등 내부 규범을 마련하고 국회와 협조해 징계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와 수단을 입법화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신을 한 이영진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자숙을 촉구했다. 변협은 “헌법재판관 등이 지인·변호사·재판 당사자 등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는 것이 암암리에 통용된다면, 대가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러한 부적절한 교류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암묵적 영향력만으로도 국민들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는 법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재판관은 국민적 기대에 반하는 가벼운 처신으로 국민과 법조 전반에 실망을 안겼으며, 헌법재판소는 물론 법원의 신뢰 자산을 침식하는 데 일조한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한없이 자숙해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이혼사건으로 재산분할 소송 중이던 ㄱ씨와 함께 골프를 치고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골프장 이용료와 식사비는 모두 ㄱ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청탁 목적으로 변호사를 통해 현금 500만원과 골프 의류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재판관은 “ㄱ씨는 지인의 소개로 당일 처음 만났고, 골프 비용은 동석한 동창생이 지불한 것으로 알았으며, 금품 수취 등 위법한 행동은 일체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재판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변협은 골프 모임에 동석하고, 현금 및 골프 의류 전달을 부탁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판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개시하는 등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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