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저녁 역무원 살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찾아 역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가해자의 합의 종용으로 피해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법무부가 신속히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제도 보완’ 지시에 따른 조처다.
법무부는 16일 오전 ‘스토킹범죄 엄정대응 지시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처벌법 개정 추진’ 자료를 내어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의 공소권을 제한하는 처벌규정을 뜻한다. 문제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에 따라 △가해자가 합의를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고 △수사기관도 합의를 종용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어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됐지만, 당시에도 반의사불벌죄는 그대로 유지됐다. 여성계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또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사건 초기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게 하는 등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월 스토킹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가석방된 사람의 경우에도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게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7일까지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아무개(3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받고 선고 전날 밤 범행을 저질렀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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