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뒤 첫 외부일정으로 19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아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전국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고, 수사협력을 위해 ‘검경 협의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찰이 가해자·피해자 간 즉각적인 분리를 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에 긴급체포 개념의 ‘긴급잠정조치’ 조항 신설도 제안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법 개정 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을 즉각 추진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전국 스토킹 사건(송치 전+불송치 사건)을 전수조사해 피의자 보복·위험성 판단, 피해자 보호 조치 필요성 등을 다시 검토해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수사 중인 스토킹 사건만 약 40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당역 사건 피의자 전주환(31)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다가 지난 14일 1심 선고 하루 전 범행을 저지른 만큼 기존 가해자의 위해 우려 등을 다시 본다는 취지지만, 정작 전씨처럼 기소돼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경우는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송치 후 사건에 대해서 대검찰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의 위험성 판단 여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수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검경 협의체’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윤 청장은 “대검-경찰청, 지방검찰청-관할경찰서가 협의체를 만들어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고민하면서 일 처리를 하면 단계도 단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연구용역 중인 ‘범죄피해자에 대한 안전조치(신변보호) 위험성 체크리스트’도 계량화할 예정이다. 현재도 가해자의 폭력 여부 등을 판단하는 체크리스트는 있지만, 최종 위험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수사관 주관에 달려 있다. 이날 대책과 관련해 김성희 경찰대 교수는 “가정폭력 평가도구처럼 경찰관들이 현장에 나갔을 때 스토킹 사건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위험성 체크리스트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또 “경찰의 초동대응 현장에서 즉각적인 가·피해자 분리가 가능하도록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잠정조치’를 신설해 가해자를 ‘선 유치’하고 사후 법원의 통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현행범 긴급체포 개념이다.
윤 청장은 끝으로 앞서 경찰이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은 것과 관련 “결과적으로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며 “1차 때 영장이 기각된 뒤 (2차 고소 때) 영장을 발부받을 만한 추가 사유는 없었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고소 때 법원이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과 관련해서도 윤 청장은 “스토킹 범죄의 경우 보복의 우려, 피해자 위해 가능성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지금보다 심도 있게 검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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