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를 비롯한 청년단체 회원들이 역무원 스토킹 범죄 사건이 일어난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토킹 범죄 피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헤어진 연인을 5개월간 스토킹하고, 흉기로 위협한 남성이 구속 기소돼 법정에 넘겨졌다. 수사 초기 경찰은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금하는 잠정조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재물손괴, 특수협박 혐의를 받는 ㄱ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헤어진 연인 ㄴ씨의 집에 수차례 찾아가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8월초 수사에 착수한 은평경찰서는 ㄱ씨가 흉기로 위협한 점 등에서 강력 범죄로 이어지거나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신고 다음날인 8월5일 곧바로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다. 당시 ㄴ씨는 피의자와의 주거지 거리가 가까워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조치 4호는 법원 결정으로 재발 우려가 있는 가해자를 최대 한 달까지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구금하는 제도다. 영장청구와 같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거나, 검사가 직권으로 법원에 청구한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잠정조치 신청 당일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하라”며 이를 기각했다. 신고된 하루의 범행만으로는 반복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흉기로 협박한 점 등 죄질이 불량하므로 이전 범죄까지 보강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는 취지다. 결국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또다른 스토킹 혐의를 확인한 뒤 ㄱ씨의 사전구속영장을 8월11일에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달 13일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같은달 17일 영장을 발부했다. 스토킹 신고 뒤 열흘 넘은 시간이 흘러서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검찰이나 법원 단계에서 경찰의 잠정조치 4호 신청이 기각되는 비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스토킹 처벌법 잠정조치 청구·결정 현황’을 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신청된 잠정조치 4호 500건 가운데 승인된 사례는 225건(45%)뿐이었다. 스토킹 사건초기부터 경찰·검찰·법원이 위험도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경찰과 검찰은 19일 스토킹 가해자의 위험성 판단 여부를 공유하고 수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검경 협의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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