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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미니의 이름을 외쳐라”…서울서도 열린 이란 규탄 시위

등록 2022-09-25 16:18수정 2022-10-18 15:58

강남 테헤란로에서 울린 이란인들 외침
“인권 억압하는 이란 지도부 물러나라”
마흐사 아미니(22)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이란인들이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표지석 앞에 아미니를 추모하기 위한 사진과 촛불, 꽃 등을 놓았다. 고병찬 기자
마흐사 아미니(22)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이란인들이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표지석 앞에 아미니를 추모하기 위한 사진과 촛불, 꽃 등을 놓았다. 고병찬 기자

“지금 이란에서는 35개 도시에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시민들도 이란 정부에 함께 규탄의 목소리를 내주세요.”

이란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씨마 온누리 페르시아어 예배 담당 목사는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이란에서 자행되는 국가 폭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현재 이란에선 여성의 자유, 옷 입는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 35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란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으로 머리를 완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지며 이란 80여개 도시에서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25일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한국 내 이란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이란인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 120여명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앞에서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테헤란로는 1977년 서울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가 자매결연을 기념하며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마흐사 아미니, 그녀의 이름을 외쳐라(Say her name, Mahsa amini)”, “이것은 종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여성, 인권, 자유”, “독재자는 물러가라”, “여성의 삶을 자유롭게”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재 이란에서는 아미니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이란 지도부의 부패와 정치탄압,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이 불붙고 있다.

이날 모인 이란인들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미니를 추모하면서 이란 정부가 이슬람 교리를 이용해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6년도에 한국으로 유학왔다는 이란인 ㄱ(27)은 “22살의 여성이 죽었다는 것에 화가나 집회에 나오게 됐다. 지금도 이란 사람들은 죽거나 다치고 있다”며 “저도 2020년에 경찰에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적으로 경찰에 잡힌 경험이 있어 아미니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란인 ㄴ(24)은 “이란에서는 종교가 법이 되고, 이를 이용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란 여성들은 아무리 더워도 히잡을 해야 하는 등 가정과 사회에서 항상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반년 전 한국으로 유학왔다는 이란인 여성 ㄷ(23)은 오후 4시30분께 억압받은 이란 여성들을 생각하며 가위를 들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닥 한마디 길이 정도 자르기도 했다. ㄷ은 “아미니를 추모하고,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자리에 함께있던 사람들은 ㄷ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며 이란 지도부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가 시위 도중 사망했다는 이란인 제드 아르민(Zad armin·27)은 “얼마 전 절친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이란의 자유를 위해 오늘 자리에 참석한 만큼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우리를 놔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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