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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독성 ‘버섯구름 연기’ 30초면 지하 가득…아울렛 참사 키웠다

등록 2022-09-27 08:00수정 2022-09-28 02:46

[지하주차장 화재 특성 뜯어보니]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지하주차장에서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지하주차장에서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지하주차장 참사로 7명이 숨졌다. 참사 이유가 물에서 불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보통 지하주차장 화재 피해를 키우는 것은 주차된 차량들이 연달아 불이 붙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충남 천안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때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다닥다닥 붙은 차량 600여대에 잇달아 불이 옮겨붙으며 큰 재산 피해로 이어졌다.

이번 화재는 아울렛 개점 전에 발생한 탓에 주차된 차량이 거의 없었다. 개점 뒤 화재가 발생했다면 초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그런데도 현장 노동자 7명이 숨진 것은 불붙은 박스와 의류 등에서 뿜어져나온 시커먼 유독성 연기가 순식간에 지하주차장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한켠에 있는 아울렛 물류 상하차 시설 주변에 박스와 의류 등이 쌓여 있었고, 이쪽에서 불길이 시작된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 일부를 물품 상하차 용도가 아닌 간이창고 등으로 썼다면 주차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이 될 수 있다.

빠르게 퍼지는 버섯구름 연기

지하주차장 제연·배연 설비 성능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 화재의 위험성과 대비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번 화재에서도 3만3천㎡ 규모 지하1층 주차장은 30초 만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는 곧장 위로 올라간 뒤 천장을 타고 버섯구름 형태로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 연기는 주차장 벽에 부딪힌 뒤 아래로 퍼져 내려간다.

지하주차장 화재시 출구 쪽 대피 방향과 연기가 퍼지는 방향이 같아 대피에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 연기를 거슬러 들어가야 하는 화재 진압 대원들 역시 유독한 가스로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공간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이번 화재 참사에서도 소방대원들은 화재 발생 7시간20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지만, 특수 장비를 이용해 지하공간 내부 열기와 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한참 동안 해야했다. 열화상카메라와 연기 투시 랜턴 등을 이용해 수색했지만 지하주차장에 쌓인 박스 등에서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며 현장 진입과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흥교 소방청장이 26일 오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아 지하층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흥교 소방청장이 26일 오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아 지하층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기감지기 쓰기 어려워

지하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적 특성 탓에 바깥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보통 자동차 배출가스와 전조등에 의한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에서는 대표적 자동 화재 탐지설비인 연기감지기·불꽃감지기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급격한 온도 변화로 팽창된 공기를 감지하는 차동식 열감지기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또 지하공간 누수 등을 막기 위해 항상 물이 차 있어 화재 발생시 즉시 물을 뿌리는 습식 스프링클러 대신 건식·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주로 설치한다고 한다. 다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어떤 종류의 감지기와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화재 당시 이들 소방 설비가 정상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설치됐는지, 관리 역시 제대로 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쪽은 “지하 연기를 빼는 제연 시설과 스프링클러가 있다. 화재 당시 작동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건축법에 따라 지하에서 발생한 연기가 윗층으로 수직 확산하는 것을 막는 층간 방화구획은 있지만, 동일한 지하층에서 연기가 수평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환기용’ 지하주차장 설비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차장법에 따라 일산화탄소 농도를 50ppm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환기 목적으로 설치된 급기팬·배기팬·유인팬이 연기를 빼내는 배연에 이용된다. 다만 스프링클러 등으로 초기에 불을 끄지 못할 경우 급속히 퍼지는 연기를 환기 설비만으로 빼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는 거대한 땔감

이번 화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조사 중이지만, 하역장 쪽에 주차된 1t 화물차 주변에서 처음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는 화재시 거대한 땔감이 된다. 차량은 중·대형화하는 반면,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을 위해 차량 소재는 플라스틱 등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한 대당 화재하중(가연성 물질 발열량)이 과거보다 10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5년 연구를 보면, 가연성 물질은 차량 1대 무게의 16% 수준인 316.2㎏에 달했다. 이런 가연성 물질은 화재시 엄청난 열과 화염을 뿜어내며 바로 옆에 세워진 차량과 천장 배관 보온재 등을 태우게 된다. 오래 된 건물의 경우 과거 기준에 맞춰 설치된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살수 능력으로는 가연성 물질을 가득 품은 최근 자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를 끄기에 역부족이라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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