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교 소방청장이 26일 오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아 지하층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7명이 숨졌다. 한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지하 주차장 내 물류 하역장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와 의류 등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을 개연성은 매우 커 보인다. 사실상 창고처럼 활용되는 대형 매장 지하 주차장의 안전 문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날 불은 매장이 문을 열기 전인 아침 7시45분께 지하 1층 하역장에서 발생했다.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물류 상하차 시설이 들어서 있다. 상하차 시설에 쌓여 있던 물건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 지하 1층에서 개장 준비를 하던 노동자들이 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지 불과 20~30초 만에 검은 연기가 지하 주차장에 가득 찼을 정도라고 하니, 환기가 잘 안되는 지하 공간에서의 화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불이 난 건물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 매장 280여개와 호텔, 영화관, 컨벤션센터 등이 입주해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아울렛 영업시간에 불이 났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하 주차장을 창고처럼 활용하는 대형 매장이 비단 이곳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 27일 <한겨레> 취재진이 둘러본 수도권 지역의 몇몇 대형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도 종이상자 등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불이 날 경우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하역장을 지상의 별도 공간에 두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법적·제도적 미비는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8개 기관 전문가들은 이날 오전 화재의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감식을 벌였다. 화재 원인과 함께 제연설비 등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의 소화전 일부가 작동하지 않아 출동한 소방관들이 소방차에서 호스를 끌어와 진화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회사 쪽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6월 실시한 정기 소방점검에서 24건의 크고 작은 지적사항이 있었다고 하니, 회사 쪽이 지적받은 내용을 제대로 개선했는지도 면밀히 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