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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화재 출동했던 소방관 “일부 소화전 작동 안 했다”

등록 2022-09-27 18:58수정 2022-09-28 02:31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8개 기관 전문가들로 꾸려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합동감식팀이 화재 현장인 지하 1층으로 향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8개 기관 전문가들로 꾸려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합동감식팀이 화재 현장인 지하 1층으로 향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하역장 화물차 주변에서 시작된 불길이 주변 적재물에 옮겨붙어 삽시간에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직후 건물 소화전 일부가 작동하지 않아 출동한 소방관들이 소방차에서 호스를 끌어와 진화 작업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7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벌인 합동감식에서 감식팀은 1하역장에 화물차가 들어오고 운전자가 물품을 실은 수레를 건물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 직후 화물차 뒤쪽 하역장에 쌓여 있던 물품 더미에서 불이 타오르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합동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대전경찰청, 대전소방본부 등 8개 기관 관계자 30여명이 참여했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불이 처음 목격된 하역장과 화물차 주변이 발화지점으로 보인다”며 “하역시설 주변과 화물차 뒤쪽 잔해를 수거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수거물 가운데 담배꽁초 같은 특이 물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발화지점 주변에서 인화성 물질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화물차는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차량”이라며 화재 직후 나왔던 ‘전기차 폭발설’을 부인했다.

화재 직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로부터 건물에 설치된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하 1층 남쪽 입구에 먼저 도착한 소방팀이 벽면에 설치된 소화전을 사용해 불을 끄려고 했지만 작동이 안 돼 출동한 소방차에 관창을 연결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물공급 밸브가 잠겼거나, 전원이 차단됐거나, 펌프에 이상이 있는 경우인데, 정확한 원인은 감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이 27일 오전 합동감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이 27일 오전 합동감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화재로 희생된 하도급·협력업체 노동자의 유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전시내 병원들에 마련된 빈소를 지켰다. 이날 오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물류 노동자 채아무개(33)씨의 빈소에서 아버지는 “틈만 나면 전화하는 살가운 아이였는데, 물류 일을 하고선 너무 바쁘게 일만 하더라. 저번 추석 때 얼굴 본 게 마지막”이라며 얼굴을 감쌌다. 채씨의 작은어머니는 “근무가 힘들어서 곧 일을 그만둘 생각이었다고 하더라. 하루 전에만 그만뒀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1시께 충남대병원 이아무개(36)씨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작은아버지는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며 전기기술 자격증 공부를 했고 결국엔 합격해서 시설팀에서 일한다고 들었다”며 “성격도 쾌활하고 잘생기고 키도 컸던 조카라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흐느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 대전 현대아울렛 야외 주차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후 50m 떨어진 현장 본부에서 브리핑을 들은 뒤 ‘사망자가 어디서 발견됐는지’, ‘지하가 전부 불에 탔는지’, ‘피해자들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 등을 물었다.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선 “희생자들이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신속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보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최예린 곽진산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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