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살균제 제품의 주성분표시를 안 한 기업들의 편에선 공정위의 결정을 규탄한다''며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가습기메이트’ 제조사·판매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면서 ‘인체 무해’를 언급한 인터넷 기사를 심사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ㄱ씨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29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ㄱ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ㄱ씨는 아들과 함께 에스케이(SK)케미칼이 생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다 천식·비염 등 폐 외 질환을 얻었다. ㄱ씨는 1994~2011년까지 에스케이케미칼·애경산업이 “인체 무해” “흡입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 같은 거짓·과장광고를 했다며 2016년 4월 두 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부당표시광고죄에 대한 전속고발권(표시광고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가지고 있다.
헌재는 ‘가습기메이트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로 2005년 작성된 인터넷 기사 3건을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 심사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봤다. 회사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기사화된 경우도 표시광고법상 광고에 해당하는데, 가습기메이트가 판매되던 시기에도 이 기사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공정위가 이에 대한 심의절차로 나아갔다면 거짓·과장 광고행위로 인한 표시광고죄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공정위의 고발 및 이에 따른 형사처벌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었다. 공정위가 이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ㄱ씨의 재판절차진술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라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심의절차종료결정이 위헌이라는 ㄱ씨의 주장은 각하됐다. ㄱ씨의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2016년 제품 라벨, 애경산업 누리집 광고, 제품 관련 에스케이그룹의 사보 기사를 살핀 뒤 “제품의 주성분과 독성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점만으로 위법행위로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사실상 무혐의 결정인 심의절차종료결정을 했다. 그러나 2018년 재조사를 통해 두 회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했다. 헌재는 공정위의 고발 및 행정처분으로 2016년 결정은 이미 효력을 잃었으므로 위헌 여부를 다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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