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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논란 생기니 없앤다? ‘의견 광고’ 아예 중단한 서울 지하철 [뉴스AS]

등록 2022-10-06 05:00수정 2022-10-06 09:52

서울교통공사, 의견광고 폐지 추진
“공적장소에서 표현의자유 제한” 논란
상업광고만 허용 또다른 차별 지적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 사회 소수자 관련 시민단체들 회원들이 지난 3월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광고관리 규정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 규정의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와 서울교통공사는 변희수 하사 사건과 세월호 추모 관련 등 사회적 소수자 인권 확보 관련 지하철 광고 게재를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 사회 소수자 관련 시민단체들 회원들이 지난 3월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광고관리 규정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 규정의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와 서울교통공사는 변희수 하사 사건과 세월호 추모 관련 등 사회적 소수자 인권 확보 관련 지하철 광고 게재를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고 변희수 하사 추모, 세월호 8주기….

최근 몇년간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역사내 의견광고 게시를 거부할 때마다 논란이 커진 사안들이다. 사회적 참사나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한 광고에 대해 “민원이 많다”거나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 방해”라는 이유 등으로 이런 의견광고 게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공사는 지난달 중순 의견광고를 중단하고 상업광고만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의 장’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사의 결정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공사가 의견광고를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규정 개정안을 보면, 정치·성별·이념·인권 등 의견광고 유형을 신설해 상업광고와 구분짓고 ‘의견광고는 심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공사는 광고규정 개정 이유로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 및 심의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체크리스트 평가표 개정을 통해 인권위 권고사항 이행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위한 체크리스트 평가표 개정하라”고 공사에 권고했으나, 공사는 결국 논란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공사는 현재 광고규정 개정의 마지막 단계인 내부 사규심의만을 앞두고 있어 이르면 이달 초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공사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외부 광고심의위원회도 열어보는 등 노력을 했지만 의지와 달리 계속해서 논란의 장이 됐다. 지하철은 다양한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중립적 공간으로서의 지하철을 시민에게 되돌려 주고자 하는 게 공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공사의 설명과는 달리 일부 선진국은 오히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공공의 장소’라고 보고 의견광고 수용 폭을 넓히고 있다. 캐나다 대법원은 2009년 공공버스에 정치적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금지한 밴쿠버 한 교통 회사의 조처는 “캐나다 권리장전(헌법)에 위배된다”며 “도시의 길거리처럼 개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적 장소”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이 판결로 캐나다 토론토 교통국(TTC)은 광고 정책에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광고 역시 게재 가능한 광고의 종류에 포함시켰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폭력을 선동하거나 물리적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 한 논쟁을 촉발하는 광고물은 게재돼야 한다”며 “공공의 자산인 지하철에서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도록 의견광고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 변희수 하사의 광고를 싣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도 “변 하사 광고를 게재할 때 공사는 ‘이 광고는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의견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을 달아달라고 요청해 그렇게 한 바 있다”며 “공사의 중립성을 지킬 방안이 있는데 공사가 자체 규정만으로 기본권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상업광고만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차별 조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도 “‘공적인 공간’의 양 극단엔 시민이 참여하는 광장과 정부가 선별한 홍보의 장이 있는데, 지하철 역사는 그 중간에 위치한 한정된 공론의 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곳에 상업광고만 허용하는 건 지하철 역사를 자본주의의 장으로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한 차별이 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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