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108억원 규모의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른 총책 ㄱ씨와 부총책 ㄴ씨 등 조직 윗선이 현지에서 붙잡혀 강제송환됐다. 경찰청 제공
필리핀에서 108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른 조직 윗선이 현지에서 붙잡혀 강제송환됐다.
경찰청은 검거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 ㄱ(30대·남)씨와 부총책 ㄴ(30대·남)씨를 20일 새벽 인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필리핀 마닐라를 거점으로 하는 범죄조직 ‘민준파’를 조직해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모두 562명으로부터 108여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 조직은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7∼8개 팀으로 구성된 전화상담책, 국내에서 피해금을 인출해 환전·송금하는 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눠 4년 동안 범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20년 2월 민준파를 인지한 뒤 국내 조직원들을 특정해 범죄단체조직, 사기 혐의로 순차적으로 검거했으나, 총책 ㄱ씨 등 주요 피의자들은 필리핀에 머무르고 있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에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2020년 9월 ㄱ씨 등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필리핀 당국과 공조하며 2년 동안 추적해왔다. 현지 파견 경찰관인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첩보 등을 바탕으로 ㄱ씨의 동선을 확인한 뒤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해 일주일간 잠복한 끝에 지난달 5일 ㄱ씨를 검거했다. ㄱ씨가 검거된 사실을 눈치채고 도피를 준비하던 ㄴ씨와 조직원 4명도 지난달 9일 검거됐다.
강기택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송환일 2일 전에 발생한 현지 행정절차 문제로 송환이 취소될 뻔했으나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에서 현지 검찰청, 이민청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이번 송환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검거된 총책 등 6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조직원 64명 가운데 22명을 검거(구속 10명)한 경찰은 총책을 국내송환한 만큼 여죄 및 추적 수사 등을 벌여 나머지 피의자 검거에 주력할 계획이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