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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급 400원 인상 거부 덕성여대…“청소노동자 OUT” 혐오도

등록 2022-10-21 22:00수정 2022-10-22 11:54

21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 본관에 붙은 대자보.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 본관에 붙은 대자보. 박지영 기자

‘학생들을 인질로 삼으면서 학교를 위한다, 학생을 위한다 위선 떨지 말라. 저희는 인질이 아니다.’

21일 찾은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캠퍼스 게시판 곳곳에는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난하는 대자보와 메모지 수십장이 붙어 있었다. ‘공감 없는 시위 그만하라’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 않는다’ ‘노동자OUT’ ‘학생볼모 하청파업 반대한다 철회하라’ ‘학생 임금 9160원, 청소근로자 임금 9390원’ 등 청소노동자들의 임금협상을 폄하·혐오하는 문구가 대부분이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거짓 정보로 선동해 학교 이미지만 나빠진다” “고작 400원 때문에 학교 화장실이 쓰레기장이 되는 게 상상된다”는 등 청소노동자들을 비난하는 학생들 글이 쏟아졌다.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이 청소노동자 임금 동결만을 고집하며 버티는 사이, 학생들의 불만이 대학 쪽이 아닌 ‘약자’인 청소노동자를 향한 혐오로 번진 것이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과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캠퍼스에서 <한겨레>와 만난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윤경숙(65)씨는 “파업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 볼 때마다 안타깝지만 30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으로 청소일 해온 우리 노동자들의 사정을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부당한 일이 있으면 노동조합에 가입해 권리를 주장하고, 아픈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학생들이 함께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덕성여대 학생들은 학교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협상이 하루빨리 타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학기술대학에 다니는 ㄱ씨(19)는 “평소 청소노동자분들의 파업을 지지했는데, 최근 혐오·비난 섞인 표현으로 관련 논의가 흐르는 게 안타깝다. 얼른 임금협상 타결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3학년 민아무개씨(23)도 “이대로 파업이 계속될 순 없으니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1시께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 40여명이 본관 1층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21일 오후 1시께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 40여명이 본관 1층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덕성여대와 청소노동자 간 갈등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학교 쪽은 청소 용역비를 조금도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대학에서 중간착취를 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학내에서의 쟁의 행위는 구성원들에게 불편해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법과 원칙으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대학 캠퍼스를 투쟁 구호판으로 만들고 억지 주장을 일삼는 불법행위가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쪽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어 “덕성여대는 청소노동자에게 최고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연세대·고려대·홍익대·이화여대 등 서울지부 집단교섭 사업장 소속 미화직군 조합원들의 시급은 9390원으로, 올해 덕성을 제외한 12개 사업장은 시급 400원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그런데 김건희 총장은 서로 약속하고 지켜온 집단교섭이라는 틀을 깨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지역 13개 대학 중 연세대·고려대 등 덕성여대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대학은 시급 400원 인상 등이 포함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의 임금 투쟁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시급 400원 인상 등 처우 개선안을 합의한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시위 과정에서 학생들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연세대 재학생 3명은 노조의 집회가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지도부를 대상으로 업무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신고 불법 집회 건은 경찰 조사가 진행됐고, 민사 소송은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일하는 사업장인 학교에서 쟁의 행위를 하는데 이를 불법 집회로 보는 건 노동3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21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 붙은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 메모지.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 붙은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 메모지.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 붙은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 대자보.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 붙은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 대자보.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 붙은 대자보. 박지영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 붙은 대자보.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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