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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류 하나 없다고, 자식 빈소 못 차린 엄마…“지옥 같은 하루”

등록 2022-10-31 12:03수정 2022-11-01 02:41

검안서 발급 늦어진다며 유족에 기다리라고만
‘검안서 없이도 빈소 마련 가능’ 뒤늦게 알려져
“정부 지침 전혀 없어…항의하니까 그제야 빈소”
30일 새벽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이 임시 안치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서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새벽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이 임시 안치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서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누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유족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건지, 그건 있어야 하잖아요.”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 울분으로 번져가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의 미숙한 대처로 슬픔을 애도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정부가 언론 브리핑에서 적극적인 후속 대책을 약속했지만, 정작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기까지 지옥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 희생자 김아무개(30)씨의 어머니는 31일 <한겨레>에 “아들의 죽음이 아프지만, 아들이 떠나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지옥 같았던 하루가 무엇보다 가슴에 계속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새벽부터 직접 아들의 주검을 찾아 헤매고, 아들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내고, 신원 확인을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체 검안서가 있어야 장례가 가능하다”며 병원도, 경찰도 유족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김씨의 유족은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30일 밤 9시에야 의사의 검안서를 받아 경기 수원 연화장에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흥정하는 것처럼 지원, 보상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김씨 가족만이 아니다. 여러 희생자 유족들이 검안서 발급이 늦어져 뒤늦게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병원 밖에서 뜻밖의 사고로 숨진 경우 의사가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검안서와 감식반 보고서 등을 대조한 뒤 검사가 주검을 인도하는데, 이번 참사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다 보니 지체된 측면이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검안서를 받지 않아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데 동국대일산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의 유족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전담 공무원과 유족의 일대일 매칭’ 등을 약속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기초적인 절차조차 안내해주지 않은 것이다. 희생자 안아무개씨의 아버지는 “자기 자식들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성남중앙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도 “유족에게 일대일로 지원해주는 게 하나도 없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피부로 와닿아야 정부를 믿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가족을 찾아 병원으로 몰려드는 유족에 대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희생자 유족의 한 지인은 “안치된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아들을 잃은 친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덮어줄 모포도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장례 지원 절차를 설명하기 위해 유족을 모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직 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사기관과 정부 쪽의 우왕좌왕하는 대처에 희생자 김아무개씨의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세월호 때는 어떻게 했는지 프로세스가 있을 것 아닌가. 매뉴얼도 없는 건가”라고 물으며 갑갑한 심경을 나타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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