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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휘부는 아무 일 안 하더니 현장이 책임지라?”…경찰들 허탈

등록 2022-11-02 09:31수정 2022-11-02 14:43

이태원파출소 경찰관도 경찰 내부망에
“최선 다한 동료들…청장 발언으로 뭇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청이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경찰관들을 감찰하기로 결정하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지휘부 잘못을 현장에 전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ㄱ경정은 2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장 책임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ㄱ경정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라는 답변은, 지휘부가 성실히 책임을 다하고, 현장에 충분한 경찰력과 장비를 지원했을 때 가능하다”며 “승진을 하여 더 높은 계급을 달아준 이유는 그 책임의 무게를 지라는 거다. 경찰청장이 현장 책임론만 언급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일에도 바쁜 112신고 센터와 이태원 지역경찰인데, 모든 걸 감당하도록 둔 건 누구란 말인가. 예비 경력이 없으면, 112신고가 천 건이 떨어졌어도 대응불가였을텐데, 이게 왜 현장책임이냐”며 “(윤 청장은) ‘지휘부의 판단, 그리고 준비와 지원이 미흡했다. 현장에는 책임이 없다’라고 답변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또 전날 경찰 내부망에는 참사 현장을 관할하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3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ㄴ씨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청장님의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하셨는지, 그냥 ‘감찰 후 문제가 있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발언만 하셨을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고 성토했다.

ㄴ씨는 112 신고가 몰렸던 핼러윈 당시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들이 얼마나 분투했는지도 밝혔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총 7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11건 중 4건만 출동하고 나머지 신고는 상담 안내로 마감했다고 보도되나 이는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다만 “해산시키는 (경찰)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대응이)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핼러윈을 대비한 경력 지원 요청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ㄴ씨는 “사건 발생 당일 뉴스를 본 (파출소) 팀장님이 걱정돼 소장님께 연락드리자 도움을 요청했고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 모두 출근했다”며 “핼러윈 대비 당시도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하였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구청의 관리·통제 소홀 문제도 제기했다. ㄴ씨는 “용산구청은 이태원 관광특구 명목으로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일반 음식점에서 클럽 음악을 틀고 춤을 춰도 단속할 수 없었으며 이런 분위기가 인파가 몰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해당 조례를 통과시킨 용산구청은 (핼러윈 보름 전 열린) 지구촌 축제와는 반대로 핼러윈 기간엔 차로 통제 등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ㄴ씨는 참사가 발생한 뒤 상인들에게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손님들 안 보이냐”며 협조를 거부하거나, “경찰 코스프레 아니냐”며 통제를 무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고도 했다.

ㄴ씨가 올린 글에는 “지휘부의 잘못된 처신(인데) 현장을 감찰조사 하고 있으니 무능하고 한심하다” “용산서 직원들 고생한 사실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윗쪽만 모른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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