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당일 부실대응에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화환을 쓰러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행정안전부-대통령실 사이 보고·지시 체계의 총체적 혼선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밤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보고를 받지 못한 채 캠핑장에서 잠에 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역시 참사 발생 사실을 소방청을 통해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 경찰 내부 비상 보고 체계에 큰 구멍이 확인된 것인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늑장보고는 사고 원인 및 책임을 밝히는 데 직접적 관련이 떨어진다고 보고 수사 우선 순위에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4일 경찰청은 윤희근 청장의 참사 대응이 늦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윤 청장의 당일 행적 일부를 공개했다. 경찰청은 “윤 청장이 휴일을 맞아, 국정감사 등으로 미뤄온 개인 일정으로 충북지역을 방문해 밤 11시에 취침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밤 11시32분 문자메시지 보고, 밤 11시52분 전화 보고를 시도했지만 잠에 든 윤 청장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황당담관은 22분 뒤인 0시14분 재차 통화를 시도했고, 이때가 돼서야 윤 청장이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정리하면,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소방청 최초 신고 접수(밤 10시15분)가 있은 뒤 45분 동안 어떤 보고도 받지 못한 채 잠에 들었고, 참사 발생 2시간 뒤에나 이를 인지한 것이다. 윤 청장은 이날 지인들과 충북 제천 월악산 등산을 마친 뒤 근처 캠핑장에 머물렀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캠핑장에서는 지역 경찰들과 환담 뒤 술을 곁들인 저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일) 비상연락은 보통 휴대전화로 한다. 첫 연락을 문자메시지로 한 것은 전체적으로 상황을 전파한 것인데 취침 중이라 볼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청장 보고가 늦은 데는 경찰 내부 보고 체계가 무너진 탓도 커 보인다. 경찰청은 참사 발생 사실을 당일 밤 10시56분께 소방청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방청 협조 요청 전화를 받은 뒤 이를 서울경찰청 상황실에 물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집중하고 있는 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다. 사고 발생 뒤 일정 시점이 지난 이후 보고 문제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사고 원인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셀프 수사’ 논란 속에 자칫 지휘부 책임보다 일선 경찰의 현장 대응 쪽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이다. 이날까지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한 8곳에는 경찰청장실, 용산경찰서장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손 본부장은 “제기된 추가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로 압수수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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