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순천대 석좌교수가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방조제에서 중장비 위에 올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올, 2003년 노대통령에게 “포클레인 밑에 드러눕겠다” 밝혀
“나는 나의 행동의 사회적 여파에 관계없이 나의 양심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새만금공사가 도덕적으로 부당하다는 사실만은 역사에 확실히 새겨지길 바랄 뿐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6일 “포클레인으로 찍어 죽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며 새만금 방조제 앞에 홀로 섰다. 그는 왜 새만금 물막이 공사 저지에 뛰어 들었을까?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최종 마무리를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강행한 도올의 1인시위는 새만금 공사의 물꼬를 돌려놓을 수 있을까?
도올과 새만금 “포클레인에 찍어 죽더라도…”
도올과 새만금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일보 기자였던 도올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50일 대담에서 새만금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도올은 “절 죽이십시오”라며 비장하게 선언한다.
도올은 노 대통령 대담은 물론 이후 신문 기고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와 함께 포클레인 앞에 드러눕겠다”고 여러 차례 소신을 피력했다.
도올은 6일 1인 시위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기고문에서 “새만금 문제만은 해석의 여지가 없는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위한 명백한 가치판단이 나의 양심에 부과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언행의 갈등을 감내할 수 없었다”며 “‘ 나는 3년 전 청와대에서 국민을 향해 던진 나의 양심의 호소에 따라 새만금의 방조제공사 마감을 서두르는 포클레인 앞에 드러눕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왜 하필 이 시기에?
“물막이 공사하면 새만금 숨통 끊길 것, 친환경개발은 물거품”
도올이 새만금에 대한 절박한 약속을 지금 감행한 데는 3월24일로 예정된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물막이 공사는 방수제 공사를 시작으로 경지정리작업, 공업단지 조성 등으로 이어지는 새만금 순차개발의 신호탄이다. 대신 물막이 공사가 끝나 바닷물의 들고 남이 차단되면 그 동안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새만금의 친환경적 개발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된다. 3월24일까지 남은 20여일이 새만금의 미래를 결정할 더없이 중요한 전환점이다.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 명호 정책부장은 “다른 공사와 달리 물막이 공사는 새만금의 숨통을 끊어 친환경적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도올의 1인 시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새만금의 처지를 국민에게 알려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공사는 물막이 공사로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11년까지 지속적인 공사와 개발이 진행된다”며 “새만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시간은 충분한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이용해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의 개발론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올은 또 “새만금 사업이 추진 되는 기초가 되는 ‘전북개발론’은 실익이 없는 허위 ”라며 “1인 시위를 통해 전북도민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도올은 “전북도민들이 30년 동안 보조금 겨우 5조 남짓한 새만금에 목매달고 있는 동안 전남도는 S프로젝트, J프로젝트 등 10년간 80조를 쓸 수 있는 국책사업을 따냈다”며 “도대체 그 놈의 공터가 전북도민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 것이냐”고 따졌다.
도올은 “새만금의 곡마단 요술에 눈이 멀어 있는 동안에 도민의 실리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라며 “갯벌을 살리는 조건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일체의 인식통로를 차단하고 있다”고 전북개발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회의 정지영 부장은 “물막이 공사 중단이 직접적인 쟁점이겠지만 허구적 전북개발론에도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새만금 공사를 전라북도의 사활이 걸린 자존심의 문제로 보지 말고, 얼마나 실익을 챙길 수 있는지를 이제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만금은 끝나지 않았다”
도올, 1인 시위로 ‘친환경 개발’ 물꼬를 틀 것인가?
그러나 도올의 1인 시위로 물막이 공사가 중단될지, 더 나아가 새만금의 친환경적 개발의 물꼬가 트일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재벌과 관료를 축으로 새만금 공사를 강행했던 공고한 이른바 ‘토건연대’는 삼보일배로 대표되는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반대와 법원의 행정처분에도 꿈쩍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 보고서'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의해 묵살·은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국토연구원이 국무총리실의 지시로 ‘새만금의 친환경적인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새만금 개발공약을 난발하는 등 ‘새만금 우려먹기’도 노골화되고 있다. 군사정권이 선거에 활용하려고 시작된 새만금 우려먹기가 물막이 공사라는 중요한 시점에 다시 도지고 있는 것이다. 물막이 공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또다시 선거 민심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회의 명호 정책부장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모두 새만금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할 수 없는 선거시기라는 점 탓에 도민들의 여론을 또다시 호도할 수 있다”며 “정부 쪽에서 새만금 사업을 합리적으로 풀려면 선거에 활용되고, 과열 양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물막이 공사를 선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도올의 1인 시위는 공사 중단에 대한 실질적 효과와 무관하게 여론을 환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국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도올의 1인 시위를 기점으로 물막이 공사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도올의 1인 시위를 시작한 6일에도 새만금 공사에 반대하는 지역 어민 1천여명이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7일에는 성직자 단식기도회를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 대표 2006인의 ‘새만금 생명평화선언’도 이어진다. 국민회의는 19일 전국 환경일꾼 1만명의 공사현장 집결투쟁을 벌이고 4월26일까지를 물막이 공사 저지 집중투쟁기간으로 정했다. 국민회는 “아직 우리에게는 새만금과 전라북도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있고 시간도 충분하다”며 “증폭되고 있는 새만금 갈등을 슬기롭게 잘 넘긴다면,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로 한 단계 성숙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올은 새만금 1인 시위로 개발과 환경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철학과 가치 싸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그 싸움은 새만금이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적어도 자연과 비슷한 상태로 개발될 전망이 없는 한 계속될 것이다. 새만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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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 공사하면 새만금 숨통 끊길 것, 친환경개발은 물거품”
도올 김용옥 순천대 석좌교수가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방조제 앞에서 물막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올, 1인 시위로 ‘친환경 개발’ 물꼬를 틀 것인가?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전시관 앞에서 열린 ‘새만금 끝막이 공사저지 주민집중 투쟁대회‘에서 새만금 연안 주민들이 물막이 공사 반대를 요구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도올의 1인 시위로 물막이 공사가 중단될지, 더 나아가 새만금의 친환경적 개발의 물꼬가 트일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재벌과 관료를 축으로 새만금 공사를 강행했던 공고한 이른바 ‘토건연대’는 삼보일배로 대표되는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반대와 법원의 행정처분에도 꿈쩍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 보고서'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의해 묵살·은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국토연구원이 국무총리실의 지시로 ‘새만금의 친환경적인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새만금 개발공약을 난발하는 등 ‘새만금 우려먹기’도 노골화되고 있다. 군사정권이 선거에 활용하려고 시작된 새만금 우려먹기가 물막이 공사라는 중요한 시점에 다시 도지고 있는 것이다. 물막이 공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또다시 선거 민심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회의 명호 정책부장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모두 새만금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할 수 없는 선거시기라는 점 탓에 도민들의 여론을 또다시 호도할 수 있다”며 “정부 쪽에서 새만금 사업을 합리적으로 풀려면 선거에 활용되고, 과열 양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물막이 공사를 선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도올의 1인 시위는 공사 중단에 대한 실질적 효과와 무관하게 여론을 환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국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도올의 1인 시위를 기점으로 물막이 공사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도올의 1인 시위를 시작한 6일에도 새만금 공사에 반대하는 지역 어민 1천여명이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7일에는 성직자 단식기도회를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 대표 2006인의 ‘새만금 생명평화선언’도 이어진다. 국민회의는 19일 전국 환경일꾼 1만명의 공사현장 집결투쟁을 벌이고 4월26일까지를 물막이 공사 저지 집중투쟁기간으로 정했다. 국민회는 “아직 우리에게는 새만금과 전라북도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있고 시간도 충분하다”며 “증폭되고 있는 새만금 갈등을 슬기롭게 잘 넘긴다면,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로 한 단계 성숙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올은 새만금 1인 시위로 개발과 환경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철학과 가치 싸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그 싸움은 새만금이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적어도 자연과 비슷한 상태로 개발될 전망이 없는 한 계속될 것이다. 새만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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