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막겠다며 시민들 발을 묶는 ‘지하철역 무정차’ 카드를 역으로 꺼냈지만 이틀째 시행이 보류됐다.
13일 아침 8시 전장연 회원 2명과 활동가 4명은 전날에 이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247일차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현장에 나온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열차 지연이나 시민 불편이 커질 시 무정차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장연 쪽에 알렸지만, 아침 8시20분부터 삼각지역~서울역~사당역~삼각지역을 오르내리며 약 50분간 진행된 지하철 탑승 및 이동 선전전은 열차 지연 없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무정차 통과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지하철에 탑승할 때 삼각지역 역장이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지하철 6호선 일부 역에서 전장연 선전전 안내 방송을 하며 “불법 시위”로 일방적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사당역을 거쳐 삼각지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장연 쪽과 서울교통공사·경찰과의 대치는 없었다.
“저희들을 향해 말씀하시는 불편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내몰리는 이 사회도 생각해 주십시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대한민국 사회,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저희가 이렇게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서 시민들과 (갈등 빚는) 일이 없도록 정치에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지하철에 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시민들을 향해 “정치에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의 무정차 통과 엄포를 두고 시민과 장애인 사이 갈등을 조장하는 꼼수 행정, 행정 포기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무정차가 이뤄지면 시민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민 전장연 정책국장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무정차 방침은 정부가 계속 그래왔듯 시민과 전장연을 갈라치기하는 방식 중 하나다. 무정차는 장애인과 일반 시민의 권리를 모두 제약하는 방식이자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장애인도 동료 시민으로 살게 해 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발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장예지 기자
다만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장연이 예고한 새해 1월2일 출근길 지하철 타기 때엔 무정차 통과가 현실화할 수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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