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강추위가 이어진 23일 아침 두꺼운 복장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냉동고 한파’가 밀려온 23일 아침, 출근길 등에 나선 직장인들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서울의 체감 온도가 영하 22.3도에 달하면서 “이 정도면 재난이다”,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날 중부와 전북, 경북, 경남 북부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전국적으로 올해 가장 추운 날이 닥쳤지만 시민들은 출근길에 올라야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박아무개(31)씨는 “원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 지하철을 탔다”며 “바람이 너무 차서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라 출근길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가 중단된 23일 아침 서울지하철 구파발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유수빈씨 제공
특히 이날 아침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구파발 구간 양방향 열차 운행이 화재로 2시간 가까이 멈추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3호선 인근 역 버스정류장은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로 몰려 직장인들은 추위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구파발역에서 여의도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유수빈(31)씨도 3호선 운행 중단으로 회사에 1시간30분 지각했다. 그는 “역 앞 버스정류장에 일산에서부터 온 시민들까지 몰려들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버스에 매달리거나 버스 안에 사람들끼리 뒤엉켜 고함이 오가기도 했다”며 “추위 속에 떨다가 출근했는데 손이 얼어서 일을 못 하겠다”고 했다.
오금역에서 신사역으로 출근하는 정기현(30)씨도 “멈춘 전철 안에서 20∼30분을 보냈다”며 “회사에 도착하니 다들 늦어서 자리가 텅텅 비었더라”고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자 걸어서 출근하거나 집으로 돌아가 다시 자가용을 가지고 나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는 “이렇게 추운데 재택근무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들이 동시다발로 올라왔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재택근무’, ‘역대급 추위’, ‘지하철 사고’, ‘정상등교’ 등의 열쇳말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우리 (회사에) 3호선파 몇 명 있는데 재택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재택근무 시스템은 코로나 아니더라도 정말 큰 복지인 것 같다”며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온 회사 공지를 올렸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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