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이 배치돼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일 아침 인파가 몰리는 출근시간대에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궤도장애로 열차들이 지연 운행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사전 공지 등을 하는 반면, 비슷한 시간대 벌어진 운행 차질은 승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이라며 전장연 시위를 비판했는데, 지하철 고장에는 이런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아침 7시34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 외선순환 구간 선로에서 궤도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궤도장애가 있어서 열차를 자동 방식이 아닌 수동 방식으로 운행했고, 7시50분에 임시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최아무개(31)씨가 탄 2호선 열차는 7시50분께부터 약 10분간 구로디지털단지역∼신대방역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지만, 최씨는 열차 지연으로 지각했다. 그는 “사람들이 선릉역에서 내리자마자 환승하기 위해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그러다가 누가 넘어져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다.
20분 안에 조처했다는 설명에도 실제 선로 장애의 여파는 1시간 넘게 지속됐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공지는 더디기만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계정에는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로 열차운행이 지연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는 글이 가장 최신 글이다. 긴급 사안과 지연 사실 등을 알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애플리케이션 ‘또타지하철’은 이날 오전 전장연과 관련해 앱 알림을 보냈지만 2호선 지연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장인 송아무개(31)씨는 “매번 (고장 사실을) 공지하면 서울교통공사 공지가 사고 공지로 뒤덮이기 때문에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 시위는 얼마나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승객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고, 오늘 봉천역 사고 같은 경우에는 조처 시간이 약 10분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데다 열차 간격도 양호했다”며 “오히려 이런 사안을 발송해서 승객들에게 더 혼란을 줄까봐 고민 끝에 발송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서울지하철은 5차례 고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23일에는 3호선 무악재역∼독립문역 터널 선로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22일에는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열차 1대가 정전으로 고장났다. 이 열차는 차량기지로 입고하던 중에도 다시 고장이 났다. 이밖에도 19일에는 7호선 수락산역·뚝섬유원지역의 전동차 출입문이, 21일에는 3호선 무악재역 열차의 출입문이 고장나 닫히지 않았다. 지난달 15일에는 1호선 열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멈추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고장의 원인으로 시설 노후화와 한파를 꼽고 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전날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원은 서울교통공사에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승강기 설치를, 전장연에는 열차 탑승 시위를 중단하고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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