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2시께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박지영 기자
2일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새해 첫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전면 통제하면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8시간 가까이 삼각지역에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는 지하철 탑승은 물론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며 전면 봉쇄에 나섰다. 애초 전장연은 ‘5분 이내 시위’ 계획을 밝혔지만, 공사 쪽의 강경 대응으로 현장 혼잡은 퇴근시간대가 될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전장연 활동가 등 140여명은 이날 아침 9시10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8시간째 지하철 탑승을 ‘시도 중’이다. 경찰 기동대 600여명(10개 부대)이 열차를 타려는 이들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충돌로 일부 활동가들이 쓰러지는 일도 있었으나 공사는 이날 낮 12시께 서울역 방향 승강장에 ‘철제 펜스’까지 설치했다. 공사가 펜스를 친 공간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전장연이 ‘장애인권리예산·입법쟁취 지하철 행동’ 기자회견을 진행한 곳으로, 평소 전장연은 이곳에서 삭발식이나 발언 등 기자회견을 해왔다. 이 펜스로 오히려 열차 이용 승객들은 좁아진 통로에서 비집고 통행해야 했다.
열차 탑승 시위뿐만 아니라 기자회견 등 전장연의 집회·시위 자체에 대한 봉쇄에 나선 공사는 활동가들의 발언도 막아섰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삼각지역 1-1 승강장 앞에서 진행된 ‘신년 결의대회’에서 활동가들이 발언에 나설 때마다 삼각지역장 등 공사 직원은 마이크로 “고성 방가, 소란행위, 연설 등을 즉시 중단하라”는 경고 방송을 했다. 결의대회 도중 활동가들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발언을 막지 말아달라”고 소리쳤다.
오후 3시께 전장연이 ‘5분 이내’ 열차 탑승을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경찰과의 충돌로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혼잡이 커지자 공사는 이때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한 차례 무정차시키기도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신년 결의대회’ 마지막 발언에서 “우리는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는 의미에서 이제 바로 지하철을 탈 것”이라며 “경찰과 공사는 막지 말아달라. 이제 대한민국 한 시민으로 기본적인 이동할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서 이제 지하철을 타겠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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