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ㄱ대 수원캠퍼스에서 체육대학 새내기들이 줄지어 선 채 선배로부터 인사교육을 받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폭력·군기잡기 일상화…새내기들 신음
‘신입생 길들이기’ 충격 현장
‘신입생 길들이기’ 충격 현장
ㄱ대학교 수원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광장. 8일 새벽 6시30분, 이 대학 체육학과 신입생 70여명이 짙은 안개 사이로 열을 맞춰 서 있다. 이들은 선배들이 한명 두명씩 나타날 때마다 90도로 허리를 굽혀 단체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받은 선배는 거드름을 피우며 후배들을 살펴본다. 마치 조직폭력배 모습 같다. 지난 2일 입학한 신입생들은 짧은 머리와 함께 바짝 군기가 들어 있다. 중앙도서관 앞 ‘사색의 광장’은 조폭식 단체인사 소리로 쩌렁쩌렁 울린다.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간다. 군대식 구보에 “복창 소리가 작다” “앞뒤 반동이 약하다”는 선배의 호령에 신입생들은 목이 터져라 구호와 체가(체육대학가)를 부른다. “정신” “통일”을 외치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다음엔 6시까지 안 오면 다 죽여 버리겠다”는 선배의 외침이 섬뜩하다. 비탈길에선 4명씩 조를 이뤄 달리기를 시킨다. 점차 선배들의 요구는 도를 넘기 시작한다. 오리걸음에 선착순, 터져나오는 선배의 상소리는 모멸감을 안긴다. 단체로 부르는 노래는 해병대 군가를 개사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노천극장 옆 으슥한 곳으로 신입생들을 몰고가 “06학번 ○○○입니다”를 반복해 시킨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려나가 체벌을 받는다. 주먹쥐고 엎드리기, 머리박기 등 다양한 체벌이 신입생들을 괴롭힌다. 여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새벽 도열해 있다가 선배들에 90도 인사
“다음엔 6시에 안나오면 다 죽을 줄 알아”
험한 욕…오리걸음…머리박기에 멍들어 이렇게 1시간30분을 혹사당한 학생들은 목이 아프고, 주먹은 까지고, 시선은 기가 죽은 듯 아래로 깔고 다닌다. 체육대학 건물에 들어가서도 보이는 사람마다 90도 허리 굽혀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한다. 선배한테 인사 안 했다가는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이다. 얼이 빠진 듯하다. 기자에게도 1~2학년들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쉼없이 해댄다. 이 정도면 상아탑이라기보다는 군대나 조폭 집단에 가깝다. 체육대학 신입생들은 이렇게 길들여지고 있다. 자유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그것도 중앙도서관 앞에서 이뤄지는 체육대학의 ‘신입생 길들이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미래의 체육교사, 생활체육 지도자를 꿈꾸며 입학한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폭력에 완전히 기가 질린다.
새벽잠 설치며 자식을 차로 태워 온 부모들은 모른다. 자신의 자식들이 “대학 가면 자유롭겠지”라며 기대에 부풀었다가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는지를. 집이 멀어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온 일부 학생은 몸도 지쳤다. 체육학과뿐 아니라 골프경영학과, 스포츠의학과, 스포츠지도학과, 태권도학과도 마찬가지다. 입학하기 전인 지난달 말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3박4일 진행된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서는 ‘공동체 훈련’이라며 군복을 입은 선배들로부터 유격장에서 극기훈련을 오후 내내 받아야 했다. 체육대학의 폭력성은 우리나라 대학문화의 어두운 그늘이다. 비단 이 대학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체육대학에서는 ‘전통’ ‘단합’ ‘예절교육’ 등의 명목으로 신입생들을 훈육하고 있다. 학교 당국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나온 ‘체육계 대학생의 선후배간 체벌 실태조사 및 체벌 경험과 대학생활 적응의 관계 연구’(강신욱 단국대 교수)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체육 관련 학생 10명 중 7명은 정기적으로 또는 불시에 크고 작은 체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또 2명 정도는 심하게 구타당하고 있다. 수원/김창금 박현철 기자 kimck@hani.co.kr
ㄱ대 수원캠퍼스에서 체육대학 새내기들이 8일 새벽 선배들이 정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황급히 뛰어 와 줄을 서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다음엔 6시에 안나오면 다 죽을 줄 알아”
험한 욕…오리걸음…머리박기에 멍들어 이렇게 1시간30분을 혹사당한 학생들은 목이 아프고, 주먹은 까지고, 시선은 기가 죽은 듯 아래로 깔고 다닌다. 체육대학 건물에 들어가서도 보이는 사람마다 90도 허리 굽혀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한다. 선배한테 인사 안 했다가는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이다. 얼이 빠진 듯하다. 기자에게도 1~2학년들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쉼없이 해댄다. 이 정도면 상아탑이라기보다는 군대나 조폭 집단에 가깝다. 체육대학 신입생들은 이렇게 길들여지고 있다. 자유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그것도 중앙도서관 앞에서 이뤄지는 체육대학의 ‘신입생 길들이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미래의 체육교사, 생활체육 지도자를 꿈꾸며 입학한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폭력에 완전히 기가 질린다.
새벽잠 설치며 자식을 차로 태워 온 부모들은 모른다. 자신의 자식들이 “대학 가면 자유롭겠지”라며 기대에 부풀었다가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는지를. 집이 멀어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온 일부 학생은 몸도 지쳤다. 체육학과뿐 아니라 골프경영학과, 스포츠의학과, 스포츠지도학과, 태권도학과도 마찬가지다. 입학하기 전인 지난달 말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3박4일 진행된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서는 ‘공동체 훈련’이라며 군복을 입은 선배들로부터 유격장에서 극기훈련을 오후 내내 받아야 했다. 체육대학의 폭력성은 우리나라 대학문화의 어두운 그늘이다. 비단 이 대학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체육대학에서는 ‘전통’ ‘단합’ ‘예절교육’ 등의 명목으로 신입생들을 훈육하고 있다. 학교 당국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나온 ‘체육계 대학생의 선후배간 체벌 실태조사 및 체벌 경험과 대학생활 적응의 관계 연구’(강신욱 단국대 교수)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체육 관련 학생 10명 중 7명은 정기적으로 또는 불시에 크고 작은 체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또 2명 정도는 심하게 구타당하고 있다. 수원/김창금 박현철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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