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소 앞.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중개담합’을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되고 처음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1심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타났다. ‘잠사모’(잠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부동산모임) 공인중개사들은 무죄를 받았지만, ‘가락회’ 공인중개사들은 유죄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검의 한 부서에서 수사해 기소한 사건의 운명은 왜 엇갈렸을까.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 가락회 회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가락회 운영위원 2명은 각각 징역 8개월과 6개월의 실형을, 팀원 1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반면 지난달 8일 같은 법원 형사9단독 전경세 판사는 같은 혐의로 넘겨진 잠사모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1년 10월 서울동부지검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부장 민경호)가 공인중개사들의
‘조직적 담합행위’를 적발해 기소했다며 밝힌 사건으로 대검찰청 우수사례에도 올랐다.
2020년 2월 시행된 공인중개사법은 ‘단체 구성원 이외의 중개사와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다. 기소된 9명은 각각 잠사모(5명), 가락회(4명)로 나뉘어 따로 재판이 진행됐다.
두 사건 판결문을 보면, 우선 중개담합 행위를 입증하는 공소사실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렸다. 유죄가 선고된 가락회는 조직 및 운영 방식, 세칙 등이 판결문에 상세히 적시됐다. 가락회 가입을 위해선 2천만~3천만원 상당의 가입비를 납부하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매해 12만원을 내야 했다. 가락회 회장은 연임 가능한 1년 임기로 총회에서 선출됐다. 팀장급의 운영위원은 회장의 지시를 받아 회원을 관리하는 역할도 했다. 만약 회원이 비회원과의 공동중개 행위를 할 경우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수단도 있었다. 정 부장판사는 “가락회 회원들의 이익만을 도모하고 비회원들은 물론 일반 고객들의 이익에도 반하는 담합행위”라고 했다.
반면 잠사모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공소사실이 구체적이지 못했다. 가락회와 마찬가지로 회장과 세칙이 있었고, 비회원의 공동중개 행위를 막았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그러나 전 판사는 “공동중개 제한행위를 하였다는 것 외에 잠사모의 활동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단체(잠사모) 의사 결정을 위한 임원 등이 누구였는지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피고인이 주변 공인중개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체 구성 정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혐의 입증이 미흡했다고 본 것이다.
또 무죄가 선고된 잠사모 건은 재판부가 중개담합을 적용할
법리를 다소 까다롭게 해석한 측면도 있다. 전 판사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담합을 처벌하기에 앞서 공인중개사들이 실질적인 단체를 구성하고 있느냐도 중요하게 봤는데, 이를 위해 ‘범죄단체’ 성립 요건 판례를 들었다. 조직폭력배를 처벌할 때 적용하는 ‘범죄단체’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 잠사모가 범죄를 수행하는 ‘단체’로 볼 만한 정황은 없다고 본 것이다. 가락회의 경우엔 판결문에 별도로 단체구성 요건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두 사건에 대해 모두 항소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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