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훈(69)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법원에 석방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11일 열린 서 전 실장의 보석 심문에서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한국 나이로 70살의 노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석을 결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피살 정황이 알려진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에 ‘월북 판단 지침’을 내리고, 국방부와 공모해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합동참모보고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9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같은 달 3일 구속영장 발부로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엿새 만에 기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한 차례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의 피고인 가운데 서 전 실장만 구속된 상태”라며 “서 전 실장 역시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예정이었는데, 검찰이 구속 7일째 되는 날 기소해 미처 적부심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이날 법정에서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은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에 대한 기소는 구속기간 만료 직전에 이뤄졌다”며 “피고인으로선 언제라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인을 정점으로 다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행”이라며 “여러 참고인이 피고인의 부하직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고 회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보석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쪽은 “관계장관회의 시점에 이미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청와대 실무자 등 200∼300명이 내용을 인지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은폐를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보석 결정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이날 심문을 마무리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