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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애 첫 노동조건은 최저기준…회사는 최저 이상만 바란다

등록 2023-01-17 10:00수정 2023-01-17 18:44

[기고] 최한솔 노무사
‘2023, 공장을 떠나다’에 부쳐
2023년 제조업 공장을 떠나는 60살 윤정민씨와 이미 떠난 21살 최예린씨
2023년 제조업 공장을 떠나는 60살 윤정민씨와 이미 떠난 21살 최예린씨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꺾이지 않는 마음에 더한 감동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이제 일터에서 생애 첫 노동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요즘 것들은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한다거나, 취업하고 나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는 게 습관이라는 ‘색안경’이 덧씌어져 있다.

지난 4년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지원제도를 모니터하며 300여명이 넘는 청년 노동자들을 만났다. 대부분 갓 스물을 넘어 생애 첫 노동을 시작한 친구들이었다. 제조업에서 편의점, 프랜차이즈,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일터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의 벽은 어딘가 닮았다.

먼저 마주하는 것은 최저기준이다. 자격증과 전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더라도 최저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의 노동에 최저임금 이상의 보상을 하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현실 그 자체다.

더 큰 문제는 최저기준에서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다. 일터는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과 성추행, 장시간 노동부터 임금체불, 사망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일터는 흔지 않다.

노동조건은 최저기준일지라도, 회사가 바라는 것은 결코 최저가 아니다. 구의역 김군이나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군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약속되지 않은 일, 더 위험한 일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수많은 물류센터나 전자반도체 사업장, 아이티기업에서는 2교대, 3교대로 밤샘 노동을 일삼는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 훈련을 마련하지 않고, 나이·성별·학력으로 인한 차별과 괴롭힘은 생각보다 숱하다. 생애 첫 노동은 미래를 위해 쌓아 올리는 경험이 아니라, 얼마나 더 내놓을 수 있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를 평가받는 시험이 된다.

최저기준 밖에 안되는 약속을 무시하는 일터도 흔하다.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점에서는 주휴수당·연장수당 임금체불이 많다. 2022년 노동부가 커피·패스트푸드·이미용 등 프랜차이즈 76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46곳(60.5%)에서 1억원이 넘는 체불임금이 확인됐다. 절반이 넘는 곳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았다. 주 1회 이상 휴일이 보장된 경우가 커피·패스트푸드는 46.7%, 이미용업계는 17.9%에 그쳤다. 연차유급휴가는 커피·패스트푸드는 32.6%, 이미용업계는 15.2%만 보장받고 있었다. 어떤 직종 어떤 회사이든 청년을 값싼 노동력으로 쓰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도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마음뿐일까.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을 꺾지 않는 좋은 일터가 아닐까. 이른바 ‘중꺽마’를 유행시킨 월드컵 경기장처럼 최소한의 약속이 지켜지는 일터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소속감 속에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제공받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그런 일터 말이다. 현실의 벽 앞에서 내동댕이 치는 값싼 노동력 취급이 아니라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있는 일터에서만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제 일터도 변할 때가 됐다.

최한솔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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