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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파 재난’ 닥친 서울역 텐트·쪽방촌…오늘밤이 두렵다

등록 2023-01-24 17:40수정 2023-01-24 22:18

취약계층에 한파는 더 매서워
노숙인들 한파피해 실내 머물곳 찾아
24일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텐트. 서혜미 기자
24일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텐트. 서혜미 기자

한낮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크게 떨어진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 고아무개(68)씨는 3.3㎡(1평) 남짓 좁은 방 안에서도 두꺼운 연두색 패딩을 입은 채 이불을 온몸에 꽁꽁 싸맸다. 난방 없이 얇은 전기장판을 깔고 버텨보지만, 오래된 건물은 웃풍을 막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고씨가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는 취약계층에게 더 매서웠다. 2018년부터 쪽방촌 주민의 식사·의료 지원 등을 해온 구아무개 목사는 이날 <한겨레>에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대부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해 방안에 웅크리고 계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구 목사는 “쪽방은 죽음이 일상화된 공간이지만 체감상 겨울에는 호흡기 질환이 심해지거나, 다른 기저질환이 악화돼 돌아가시는 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오늘 오전에도 방마다 식사를 챙겨드리다 주검을 발견했다”고 했다.

몸을 누일 집이 없는 노숙인들은 당장 강풍을 막아줄 곳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한 교회가 천막을 치고 예배를 시작했는데, 시작할 때 10명 남짓이던 참석 인원은 낮 12시40분께 노숙인들이 대거 참여하며 40여명까지 불어났다. 예배를 마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희망지원센터로 이동하거나,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지하 통로로 이동했다.

서울역 계단에 박스를 두 번 접어 깔고 앉아있던 백금옥(63)씨는 “평상시에는 저녁 6시가 지나서 (지하로) 내려오는데, 지금은 장갑을 껴도 손이 너무 시려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 남성 노숙인은 ‘역사 내 노숙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벽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얼어붙은 손을 연신 쥐었다 펴기도 했다. 일부는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추위를 버티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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