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여성정책 후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9개 단체는 오는 2월27일∼3월3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진행되는 회기 전 실무그룹에서 본 심의를 위한 쟁점목록(쟁점별 질의) 채택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보고서를 지난 1월30일(이하 한국시간) 제출했다.
단체들은 보고서에서 총 29가지 쟁점을 제시하며 각 쟁점별 질문 사항을 정리했다. 1일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지난 1월26일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이 강간죄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정책과제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 당일 이 과제를 철회한 일도 보고서 쟁점에 반영됐다.
이외에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방안,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계속 고수할 것인지 여부, 임신중지약 도입 무산으로 지연된 건강권 및 재생산권 권리 침해 상황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에 대한 부당한 요건(강제적인 불임수술, 외부성기수술, 혼인 중이 아닐 것, 미성년 자녀 없음, 연령 제한 등)을 없애는 방안 등을 묻는 질문을 보고서에 담았다.
단체들은 보고서 머리말에 “현 정부는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성차별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자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도구로 치부하면서 현재에도 계속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여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여성들의 투쟁으로 일정 부분 진전해온 여성인권 관련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후퇴할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유엔이 1979년 12월 채택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당사국이 이행하는지 감독하는 기구로, 한국은 1984년 12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이 협약에 가입했다. 회기 전 실무그룹에서 만든 쟁점별 질의를 토대로 당사국은 본 심의에서 제시할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 본 심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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