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5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 119구급차 이외의 수단으로 이송돼 구급활동 일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성(48)씨는 지난 1일 ‘행정안전부 유가족 지원단’에서 이태원 참사로 잃은 조카의 마지막 행적을 못 찾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었고, 어떻게 병원에 옮겨졌고, 최소한의 심폐소생술을 받았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인 5일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에 서 있다.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조사 결과로 국가의 무능이 드러났지만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48)씨가 지난 1일 ‘행정안전부 유가족 지원단’으로부터 받은 문자. 유가족 제공
11월24일 시작한 국정조사는 902쪽의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며 1월17일 활동을 마무리했다. 11월2일 경찰청으로부터 독립 구성된 특수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23명을 검찰에 넘기며 1월13일 수사를 마쳤다. 국정조사와 특수본 수사로 10월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국가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조사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 등 재난 관리에 책임이 있는 각 기관이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인파 관리와 안전 대책은 없었다고 결론 냈다. 또 컨트롤타워 부재로 소방과 경찰, 응급의료 인력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응급조처와 긴급구조에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 현상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았고, 경찰과 용산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의 ‘안일한 문제인식’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등 핵심 증인이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거나 수사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진실 공방과 모순된 증언으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의문을 풀지 못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팀 김남근 변호사는 “법적,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은 행정기관이 조사를 하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행안부는 정부 차원의 이태원 참사 재난원인조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았던 이정일 변호사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독립적 조사기구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독립적 조사는 사고 재발을 막고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5일 오후 사고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에 추모 메시지가 가득하다. 연합뉴스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은, 참사 당일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조처가 취해졌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이다. 또한 관계 기관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 전후 대처도 미흡했던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 경찰 인력이 대통령실 경호나 시위 대응, 마약 수사에 집중되느라 시민 안전에 소홀했던 것 아닌지 전반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가족 김아무개(28)씨는 “구급일지는 엉터리이고 희생자들의 옷이 벗겨져 인계되는 등 남은 의문점이 많다”고 했다. 유가족 김진성씨는 “112 신고에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이유가 ‘사고가 발생할 줄 몰랐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반문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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