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켄데룬에서 터키 국기가 조기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
“지진이 우려돼 취소하기로 했다. 여행 일정 중 지진이 난 지역과 인접한 곳도 있지만, 여행사 쪽에선 계약금의 40%를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김아무개(32)씨는 이달 19일 두바이를 시작으로 아부다비, 앙카라, 카파도키아 등을 거쳐 최종 여행 목적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7박8일 여행 패키지를 예약했으나, 고민을 거듭하다 9일 결국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 여행 상품 규정상 출발일 10일 전까지 취소를 통보할 경우 여행요금의 40%를 배상해야 하는데, 이날이 지나면 배상액이 70%로 오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인과 둘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1인당 149만9천원을 냈는데, 두명에 대한 계약금 120만원가량을 손해보게 됐다. 김씨는 “여행지 중에는 지진 피해 인접 지역과 가까운 곳도 있는데, 여행사는 줄곧 ‘거리가 멀다’라는 식으로만 얘기한다”며 “특별한 상황에서 취소하는 건데 위약금 40%는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는 규모 7.8, 7.5의 강진이 연이어 생기면서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했다. 그 뒤로 여행사 쪽에 ‘예약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7일과 8일 각각 100여명의 여행객이 취소를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나투어는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평소보다 취소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고객도 늘었다”면서 “무엇보다 3~4월 신규 여행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유럽 국가 중에서 항공료나 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가성비’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튀르키예는 코로나19 여파 이후로 본격적으로 여행객이 늘어나던 시기에 여행사들이 가장 수요가 많은 유럽 국가 중 하나로 꼽던 곳이다.
외교부가 튀르키예 동남부 6개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걱정하는 이들은 더 늘고 있다. 다만 여행을 임박해서 취소하면 위약금 부과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여행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튀르키예로 들어가는 주요 출입국인 이스탄불 공항은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곳이 아니라 항공사나 호텔 쪽에서 위약금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선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재난이 발생했는데 위약금을 왜 물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여행사도 피해를 막고자 항공사랑 호텔 쪽에 최대한 도움을 요청하고는 있지만, 실제 피해 지역과는 거리가 멀어서 논의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튀르키예 주요 관광지가 현재 문제 없이 돌아간다는 점을 여행객에게 최대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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