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깡통전세 피해지원과 재발방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2800여 세대 900억원 피해’(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대책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에서 전세보증금 30억원 이상을 가로챈 ‘화곡동 빌라왕’ 기소’(서울남부지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는 가운데, 공공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깡통전세 피해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이 책임지는 ‘임차보증금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제안했다. 한 임대인으로부터 수백, 수천명이 피해를 보는 탓에 피해자들이 함께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공공부문이 대신해 일부 보증금을 임차인들에게 먼저 돌려주고, 추후에 주택 경매 등의 방식을 통해 회수하자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급작스러운 주택 가격 하락과 ‘역전세난’, 대규모 전세 사기 범죄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지만, 피해자들의 자력구제를 전제로 한 정부 대책은 피해구제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불충분하다”며 이런 대안을 제안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피해자 수백명과 함께 4~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백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며 “미국 서브프라임 수습 사례처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일괄 인수해 피해자들이 법적 불안이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보증금 채권을 인수한 공공기관은 추후 채권추심을 통해 보증금 환수에 나서거나 경매를 통해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며 “공공이 임대인에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거나 경매 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올해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실제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한국도시연구소는 전체 주택의 전세가율(평균 전세가격에서 매매가격을 나눈 값)이 지난 2020년 65.1%에서 지난해 5월 87.8%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주택금융연구원은 향후 2년간 주택 가격이 10~20% 하락할 경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은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 대책을 들은 피해자들은 아무런 내용도, 도움도 안 되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법무부, 법원,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이 모인 범정부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미 피해가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이밖에도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의 거래 정보 격차 해소 △임대주택·임대보증금·임대료 등 임대 이력 정보 구축 및 관리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통한 무분별한 전세대출 거품 규제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오는 13일 감사원에 무분별한 전세대출 거품을 방치해 깡통주택을 대규모로 양산하고도 임대주택 관리를 소홀히 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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