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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도이치 주가조작 ‘돈줄’은 무죄, 김건희 여사도 결백하다?

등록 2023-02-12 15:41수정 2023-02-13 01:18

일당 등과 소통·이익 여부 등 관건
공소시효는 ‘살아있다’는 판단
시민단체 “검찰이 수사 나서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미술관을 찾아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미술관을 찾아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대부분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 의혹을 받던 디자인업체 대표 손아무개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시 ‘전주’ 의혹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법조계와 정치권이 예의 주시 중인 탓이다. 법원이 사건을 ‘포괄일죄’로 묶으면서 공소시효가 일괄적으로 정지돼 김 여사가 공범으로 밝혀지만 기소가 가능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검찰이 하루빨리 수사에 착수해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야당은 서로 각기 다른 해석을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선고 직후 “큰 규모로 거래한 손씨에 대해서도 주가조작을 알았는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김 여사가 결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전주가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김 여사는 결백하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은 이상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외형적으로 전주가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김 여사에게 유리한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고문 등에 나타난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보면, 손씨 무죄 판결이 꼭 김 여사의 결백을 뒷받침한다고는 볼 수 없다. 재판부는 손씨가 작전 사실을 알고 이에 편승해 이익을 얻을 의도였던 것으로 짐작되나 다른 피고인들과 ‘의사연락’하에 매매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손씨가 주가조작 일당들과 매매 시점을 상의하거나 지시받는 등의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다는 의미다.

손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총 1억966만여원의 손실을 봤다는 검찰 수사 결과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시세조종 이뤄지는 과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사정이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 판결을 받기 쉽지 않다”면서 “이익을 봤는지, 손실을 봤는지는 가담 정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고 다른 일당들과 연락·소통하며 매매하거나,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등으로 통해 드러난다면, 손씨처럼 무죄 판단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재판에서 김 여사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법정을 나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연합뉴스
법정을 나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연합뉴스

2010년 11월1일 ‘주포’ 김아무개씨가 투자사 임원 민아무개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고 문자를 보내자 김 여사 계좌에서 정확히 8만주의 물량이 쏟아진 것이 재판 중에 나타나기도 했다. 또 권 전 회장의 지시로 도이치모터스 직원이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고, 이를 김 여사가 매수한 정황도 재판 과정서 드러났다.

공소시효(10년) 부분도 김 여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재판부는 2009~2012년 사이에 벌어진 이 사건 범행 중 2010년 10월21일 이후는 ‘포괄일죄’로 묶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에 따라 이 기간의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게 되는 효과가 생긴 것이다. 김 여사의 계좌 5개 중 4개는 공소시효가 남은 기간에 활용됐기 때문에, 김 여사가 다른 일당들과 ‘공범’으로 인정된다면 공소시효가 살아있게 된다.

검찰이 김 여사를 수사하게 된다면 김 여사의 가담 정도나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이익 규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해서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실패한 주가조작’이나 대통령 배우자 신분은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이 판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다시금 입증한 만큼,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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