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 0.78명이라는 유례없는 초저출산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숱한 정책을 보태고 더했다. 현재 제4차 기본계획(2021~2025)에 따라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자인 성인 남녀 대다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임신·출산 지원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를 보면, 이 연구원의 이소영 박사팀은 지난해 6월 20~44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정책에 대한 정책수요자 인식 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이 박사팀은 특히 4차 기본계획 가운데 2021년 시행한 ‘임신·출산 지원 12개 정책’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그 결과 열에 일곱 이상은 11개 사업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신·출산지원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 보고서(이소영 진화영 오신휘) 갈무리
고위험 임신 질환(19종) 임산부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보면, 전체 응답자의 79.8%가 모른다거나(45.7%), 들어봤으나 모른다(34.1%)고 답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2.7%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답은 17.6%였다.
임산부나 영아 대상 가정에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건강상담 등을 제공하는 ‘생애 초기 건강관리 정책’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85%가 모른다거나, 들어봤으나 모른다고 답했다. 잘 알고 있거나 어느 정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연구진이 이 정책을 이용한 21명을 대상으로 별도 심층면접 조사를 해보니, 사업 만족도는 85.7%로 매우 높았다.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인데도, 정책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부족 탓에 정책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 밖에도 산모신생아부터 여성장애인, 청소년 산모 및 결혼이민자 등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대체로 모른다는 답변이 최저 71.4%에서 최고 95.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2개 세부사업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정책은 2006년 저출산 대책 초기부터 시작한 ‘난임의 안전한 시술, 정보 제공·상담’ 정책이었지만, 이 정책을 ‘알고 있다’는 비율 역시 40.4%에 그쳤다.
이소영 박사팀은 보고서에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지도는 필수적인데,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의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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