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말뚝 테러’ 일본인, 재판 또 불출석…구속영장 발부한다지만

11년째 재판 불출석 ‘답보’…법원, 영장 발부해도 집행 힘들 듯

위안부 소녀상 등에 ‘말뚝테러’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일본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질러 2013년 재판에 넘겨진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58)가 햇수로 11년째 재판에 불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스즈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스즈키의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공전했다. 스즈키는 이로써 재판에 23번째 불출석했다.

스즈키는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힌 말뚝을 묶고 “서울에 매춘부 박물관(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건립됐다”고 주장했다. 스즈키는 이로부터 3개월 뒤인 2012년 9월 일본 가나자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 앞에 ‘다케시마 말뚝’을 세워놓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고 “윤봉길은 일본군을 향해 폭탄테러를 하여 체포·사형에 처해진 한국 조선인 테러리스트”라는 글을 올려 윤 의사를 비방하기도 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각각 적용해 그를 2013년 2월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그동안 스즈키에게 모두 23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스즈키는 한 차례도 한국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형사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피고인에게 소환장을 송달했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다음달 21일도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피고인에게 (소환장을) 송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수년 동안 공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에 스즈키씨의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소환을 위한 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밟고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은 어려워 보인다. 법원은 앞서 7차례나 스즈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스즈키의 신병을 확보할 방법이 없어서 발부됐던 구속영장이 유효기간 만료로 도로 법원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국내법을 위반한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범죄인의 인도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범죄인인도법 규정에 따라 2018년 강제송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3월 재판에서 "일본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어려움을 표시한 바 있다.

스즈키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궐석재판’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스즈키가 일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서류들을 모두 송달받고 있어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 진행이 가능한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즈키의 국내 송환을 강제할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고, 스즈키 없이 재판을 진행시킬 방법도 없어서 11년째 재판이 공전되고 있는 셈이다.

최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