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4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정원 원훈석 제막식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함께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고, 원훈석의 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고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로 쓰였다. 청와대 제공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이 재직 당시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훈석을 새로 세웠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17일 국정원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말 국정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박 전 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생전 글씨체를 본떠 만든 ‘어깨동무체’로 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문구로 원훈석을 교체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이 과정에서 원훈석으로 쓸 만한 상태가 아닌 돌을 지정해 사도록 지시했으며, 글씨를 쓰는 작가도 국정원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인을 지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신 교수의 글씨체를 원훈석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 6월 국정원은 기존 원훈을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때부터 1998년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사용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진행 중이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사를 봤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원훈석 교체) 그것과 관련해서 돈을 받았겠나.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