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두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가상자산을 주식과 같은 ‘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며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 가장 핵심이 된 쟁점은 가상자산 테라·루나의 ‘증권성’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신 전 대표에 대해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부터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투자계약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기죄는 투자자를 속일 의도(기망)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하지만,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 경우 자본시장의 규칙을 어기기만 했어도 죄가 되기 때문이다. 시세 조종 등의 행위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가상자산 범죄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한 판례가 아직 없다.
신 전 대표 쪽이 가상자산은 증권이 아니라고 맞서는 상황에서, 법원은 “일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어 피의자로 하여금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은 기소 뒤 재판에서 가리도록 유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라·루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대표의 국내 송환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권 대표가 체포된 것도 검찰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원은 “(권 대표의 체포로) 별도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권도형의 국내 송환을 위해 각종 논리로 설득해야 하는 시점에서 신현성의 영장 기각이 불리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답답한 상황이지만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 검찰에 체포됐으며,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대표를 수사·처벌한 뒤 미국·한국 등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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