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최근 가족들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이 재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전씨의 미납추징금 55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7일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전씨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경기도 오산시 임야의 5필지 가운데 3필지의 매각 대금인 55억원을 전씨의 미납추징금 명목으로 검찰이 추징할 수 있는지 여부다. 1997년 대법원은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2205억의 추징금을 선고했지만 전씨가 추징금 납부를 미루면서 1283억원(58%) 정도만 환수했다. 922억원을 더 추징해야 하지만 전씨가 2021년 숨진 데다 관련 소송이 잇따르며 검찰은 환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씨 일가는 경기도 오산시 임야 부동산에 대한 신탁계약을 교보자산신탁과 맺고 소유권을 넘겼는데, 이 임야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전씨의 차남인 재용씨에게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2013년 검찰은 오산시 부동산을 불법 자산이라고 판단해 압류했고, 2017년 국세청은 전씨의 추징금을 받기 위해 이 임야를 공매에 넘겼다. 전씨의 추징금 몫으로는 75억6천만원이 배분됐다. 교보자산신탁은 국가의 압류처분은 부당하다며 무효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5필지 중 3필지에 대한 공매대금 배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검찰의 압류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검찰은 우선 2필지 공매대금 20억5200만원을 국고로 귀속했다. 행정소송에 걸린 나머지 3필지는 환수되지 않았는데, 이날 1심 판결로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오산시 부동산을 압류한 처분과 부동산 매각 대금 가운데 총 55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배분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오산시 부동산이 불법재산에 해당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추가로 55억원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전씨의 손자 전우원씨는 지난달 13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족과 친척들이 비자금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호화생활을 해왔다며 전씨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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