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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주운전 봉쇄’ 시동 잠금장치…누가 대신 불면 어쩌죠? [Q&A]

등록 2023-04-21 05:01수정 2023-04-21 08:54

시동 잠금장치에 대한 질문 3가지
운전자가 차량 시동을 걸기 전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운전자가 차량 시동을 걸기 전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여당은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는 시동을 걸 때마다 운전자가 직접 음주 여부를 측정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장치를 음주운전 전과자에게 의무 설치토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5개가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이미 도입된 제도인데, 음주운전 사고 예방에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IIHS)는 모든 음주운전 재범자에게 잠금장치를 설치하면 사고율을 3% 줄일 수 있고, 초범자에게도 설치할 경우 최대 16%까지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하는 시동 잠금장치,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을까? 아직은 낯선 이 장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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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량에 다 부착하나요?

해외 사례를 보면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의 설치 대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음주운전으로 한차례 이상 적발된 운전자에 대해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모든 음주 또는 약물복용 운전 범죄자에게, 미국 플로리다·켄터키·미시간 등은 혈중알코올농도 일정 기준 이상의 초범에 설치 의무를 부과한다. 미국 대다수의 주와 캐나다는 2회 이상의 재범자에 대해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국회에는 어린이통학차량이나 노선버스 등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여부와 상관없이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일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도 제출되어 있다. 프랑스도 2015년 9월부터는 모든 버스에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음주운전 전력 여부와 관계없이 장치 부착을 강제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 되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의 장거리 버스에 설치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위키피디아커먼스
독일의 장거리 버스에 설치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위키피디아커먼스

누가 대신 불어주면 어떡하죠?

현재 상용화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에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대신 음주 측정을 해주는 ‘꼼수’ 방지용 각종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장치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함께 설치해 현재 운전자가 저장된 운전자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는 기술이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시동을 걸 때 기준을 통과한 뒤에도 주행 중에 호흡측정을 하도록 하거나 운전자의 얼굴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확인하는 기술도 있다.

정신교 김천대 교수(경찰행정학과)가 2010년 한 학회지에 소개한 내용을 보면 대상자의 호흡을 코드화해서 다른 사람의 호흡으로는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다. 대상자의 호흡-파동 코드를 특성화해둔 뒤, 호흡을 음성과 함께 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장치에 음주운전자를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덧붙여질수록 가격대는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장비가 비싸던데 누가 부담하나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의 가격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장치 구매, 탈·부착, 보수·관리 비용까지 합하면 도입 비용은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제도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잠금장치 제도를 실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사고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잠금장치 제도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다만 ‘운전자 부담 원칙’은 운전자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전제로 음주운전자에게 운전 자격을 보장할 경우, 부유한 운전자는 장치 설치 비용을 부담하고 다시 운전할 수 있지만 저소득 운전자는 운전대를 아예 놓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죄를 짓고도 소득 수준에 따라 제재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 등에서는 지불능력이 없는 빈곤 운전자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17년 5월 발간한 관련 보고서에서 “시동 잠금장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의 경우 운전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국가의 예산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ㅂ(66)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ㅂ씨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였다. 이 사고로 배승아(9)양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10일 오전 사고 지점에 국화꽃과 함께 추모객이 놓고 간 분홍색 캐릭터 인형이 놓여있다. 생전 배양은 분홍색을 가장 좋아했다. 최예린 기자
지난 8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ㅂ(66)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ㅂ씨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였다. 이 사고로 배승아(9)양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10일 오전 사고 지점에 국화꽃과 함께 추모객이 놓고 간 분홍색 캐릭터 인형이 놓여있다. 생전 배양은 분홍색을 가장 좋아했다. 최예린 기자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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