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청아초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물류 운송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김가윤 기자
2020년 3명, 2021년 2명, 2022년 3명. 2019년 9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숨진 어린이 이름을 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이 만들어졌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은 마련됐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줄 안전장치 설치는 지지부진하다. 안전시설·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도로교통법은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펜스, 속도제한 표지, 고원식 횡단보도(횡단보도로 활용하는 과속방지턱) 등 보행 안전장치 설치는 ‘권고’에 그친다. 이에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안전펜스(방호 울타리)나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의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달 초 대전 스쿨존 어린이 사망사고 당시 인도에 안전펜스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개정안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서울 강남구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한 아이의 이름을 따(일명 ‘동원이법’) 지난 1월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포괄적인 책임을 국가에 부여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스쿨존의 보행 환경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안전조치를 시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별 스쿨존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상 공개 등 처벌을 더욱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가해자 신상 공개가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스쿨존임을 알리는 시설을 눈에 띄게 설치하고, 보행로를 충분히 확보하고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식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안전은 ‘공짜’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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