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송영무 전 국방장관 압수수색…허위서명 강요 혐의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이 2018년 7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맨 앞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강창광 기자 [e-mail].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직원들에게 허위 서명을 강요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2일 공수처는 이날 오전부터 송 전 장관과 송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정해일 예비역 육군 소장,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사무실 그리고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2018년 7월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언론보도가 나오자 직원들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만든 뒤 서명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계엄령 검토 문건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문기무사령부가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작성한 것으로 이듬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당시 의원과 군인권센터 등을 통해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집회 참석 시민을 대상으로 무력진압 계획을 담았다고 보고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했는데, 송 전 장관의 발언이 보도로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수처는 송 전 장관이 2018년 3월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뒤 국방부 내부 회의에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향후 논란이 되자 회의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국방부와 송 전 장관 등의 관련자 자택에 사실관계 확인서와 관련된 증거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압수물을 분석한 뒤 송 전 장관 등 관계인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을 자체적으로 인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고소·고발 접수 사건이 아닌 자체 인지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경무관 뇌물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이재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