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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월에 이러면 여름엔 어떡해…반팔은 기본, 콩국수집 어디야

등록 2023-05-16 13:53수정 2023-05-17 02:45

16일 더위 도심풍경
1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묵동교 일대에서 열린 2023 서울장미축제에서 한 어린이가 분수대 인근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묵동교 일대에서 열린 2023 서울장미축제에서 한 어린이가 분수대 인근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월 중에 찾아온 이른 무더위에 직장 동료들과 점심으로 냉메밀을 먹기로 했던 홍아무개(27)씨는 자주 가던 식당에서 발길을 돌렸다. 홍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며 “주변에 콩국수를 개시했다는 중국집으로 갔다”고 했다. 홍씨는 “이곳에서도 직원들이 냉짬뽕과 콩국수 배달에 여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6일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 이상까지 오르겠다고 밝혔다. 쨍쨍한 날씨 소식이 전날부터 예고되면서 이날 시민들도 반팔, 반바지 등 간소한 차림새로 거리에 나왔다. 박병찬(27)씨는 “더위를 많이 타서 남들보다 이르게 반팔 옷을 꺼내 입기는 했지만, 확실히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반팔, 반바지 차림의 한 시민은 포장 전문 커피점에서 아이스 음료를 한 아름 들고 나왔다. 낮 12시가 지나자 프랜차이즈 커피숍 앞으로는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 한 자동차검사소 주차안내원 서아무개(81)씨가 해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며 서있다. 김가윤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자동차검사소 주차안내원 서아무개(81)씨가 해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며 서있다. 김가윤 기자

아침 10시께부터 햇빛을 가리려고 선캡을 쓰거나 양산을 편 이들도 눈에 띄었다. 팔에는 여름용 토시를 차고 선캡을 쓰고 병원을 가던 노옥남(68)씨는 “어제 저녁부터 에어컨을 켰다. 체감상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더위가 시작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묵동교 일대에서 열린 서울장미축제에 나온 시민들도 양산이나 모자 등을 쓴채 꽃구경을 했다.

직장인 임아무개(31)씨는 아침 출근길에 청소도 하지 못해 퀴퀴한 냄새가 나는 차량 에어컨을 틀었다. 임씨는 “5월부터 이리 더워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밥 먹고 산책하는 게 늘 하는 일이었는데 오늘은 커피만 사서 빨리 회사로 들어올 생각”이라고 했다.

한여름 같은 이른 더위는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더 반갑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한 자동차검사소에서 긴팔, 긴바지, 장갑으로 무장한 서아무개(81)씨가 검은 우산 하나를 들고 주차안내를 하고 있었다. 서씨는 “벌써 더워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주차장엔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었다. 그늘 없는 없는 곳에선 5분만 있어도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였다. 서씨는 “오후엔 기온이 더 올라간다는데 걱정”이라며 “햇빛가리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해를 피해 그늘에 주차해둔 요구르트 배달원 ㄱ씨는 “오후에는 더 덥다고 해서 이른 아침 배달을 마쳤다”고 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 공사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박현민(41)씨도 원형의 등산모를 쓰고 차량을 안내했다. 박씨는 “오늘은 습하지는 않아서 못 버틸 정도로 더운 건 아니”라면서도 “아마 다음 달이면 덥고 습해서 일하기가 매우 고단할 것 같다”고 했다.

집회와 농성장에선 벌써 ‘땀비’가 내렸다. 마포구청 앞에서 얼굴이 벌게진 채 농성하던 이아무개(63)씨는 “5월 초에도 이렇게 더운데 날이 점점 더워진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며 “여기엔 어르신들도 많이 나온다. 덥다고 농성을 안 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 세종대로를 메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입까지 가리는 ‘쿨링 마스크’를 쓴 조합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부채를 가진 이는 부채질을 하고, 없는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 쓰인 피켓을 부채삼아서 연신 부쳤다.

그늘에 가려진 경우는 그나마 나았지만 무대 바로 앞으로는 따가운 햇볕이 그대로 쏟아졌다. 모자가 없는 이들은 목에 두른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썼다 목의 땀을 닦았다 했다. 앉아서 나란히 우산을 나눠쓴 이들도 있었다.

부채질로도 가시지 않는 더위에 시원한 음료수가 제일 인기였다. 집회 행렬 옆에서 노점 판매를 한 60대 송아무개씨는 “날이 더워서 오뎅이나 번데기같은 것은 하나도 안 팔린다”며 “다들 얼음물을 찾고, 페트병에 넣어 파는 얼음커피는 30분만에 20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줄을 선 이들도 하나같이 냉장고에서 꺼낸 음료수를 들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햇볕에 금방 녹은 얼음컵들을 옆에 두고 새 얼음컵을 삼삼오오 나눠가지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더위를 버티며 집회에 참여했다.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건널목 앞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건널목 앞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1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묵동교 일대에서 열린 2023 서울장미축제에서 시민들이 양산과 모자를 쓴채 다양한 장미를 구경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묵동교 일대에서 열린 2023 서울장미축제에서 시민들이 양산과 모자를 쓴채 다양한 장미를 구경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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