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맨왼쪽)이 장관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가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가 국민께 가족처럼 다가가겠다는 뜻을 반영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 가족처럼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7일, 여가부 로고를 ‘평등을 일상으로’에서 ‘언제나 든든한 가족’으로 5년 만에 변경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이라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여가부가 정말로 국민 모두를 차별 없이 가족처럼 여기는 게 맞을까요.
문재인 정권 때인 지난 2021년 4월, 여가부는 관계부처 합동대책인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습니다. 법률혼·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정의 규정을 바꾸고, 결혼제도 밖의 다양한 가족 구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민법, 건강가정기본법 등을 개정해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포함했습니다.
그런데 김 장관 취임 이후, 여가부는 입장을 바꿨습니다.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 현행 ‘가족’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국정과제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장관은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 개정에 따른 논쟁을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가족센터에서 (혼인·혈연·입양이 아닌) 사실혼 부부에게도 차별 없이 가족서비스(가족교육·상담 등)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1인 가구와 조손 가구(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가족), 노부모를 돌보는 가족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김 장관의 발언을 뜯어보면, 가족에 대한 김 장관의 인식은 여성과 남성이 결합해 자녀를 낳은 이른바 ‘정상가족’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지난 2월23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드러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사실혼 관계인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 장관은 “차별 대우를 시정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동성혼의 인정 여부는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말, 익숙하실 겁니다.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하려는 시도를 가로막는 명분으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다양한 소수자들은 배제됩니다.
김 장관의 말대로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을 실현하려 한다면, 모든 국민을 가족처럼 중요하게 여긴다면, 동성 부부처럼 현재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도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평등하게’ 혼인할 권리,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가족을 ‘평등하게’ 구성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4월 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은 다양한 돌봄 관계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가부가 새 로고에서 ‘평등’을 지운 것은 그래서 우려스럽습니다. 누군가는 배제한 ‘불평등한 가족’을 지향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여가부가 여러 정책에서 ‘성평등’을 지운 것처럼요. 여가부는 지난해 청년들의 성평등 문화 확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버터나이프 크루)을 없앴고, 여성이 차별받는 구조를 보여주는 통계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꿨습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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