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2일 탑승 때처럼 가슴에 강한 압박 “환승 불편-“편하게 앉아서 갔다” 반응 엇갈려 “적극적 홍보·개선 없으면 버스 이용 기피 고착”
26일 아침 8시30분께 김포공항역 정류장. 혼잡도 분산 대책으로 편성된 70시(C)번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이날 버스를 이용한 승객들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앞으로도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버스전용차로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지하철 혼잡도가 줄어든 것 같진 않아요. 환승이 불편해 앞으로도 버스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직장인 박은주씨·35)
“오늘 처음 버스를 타고 출근해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아요.”(직장인 박향기씨·29)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대책으로 개화∼김포공항 구간 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된 첫날인 26일, 아침 출근길마다 반복되는 ‘김포골병라인’의 지옥도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날 처음 버스를 이용해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호평도 이어지면서 향후 열차 혼잡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서울시는 26일부터 개화동로 행주대교남단 교차로에서 김포공항 입구 교차로까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2㎞ 구간을 신설해 출퇴근 시간대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김포도시철도에서 10대 학생과 30대 직장인이 열차 혼잡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출퇴근길 지하철 이용 승객을 버스로 분산시키기 위해 나온 대책이다.
26일 아침 8시께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종착지인 김포공항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경기도와 김포시도 지난 8일부터 아침시간대 김포시 걸포동에서 김포공항역을 6∼15분 간격으로 오가는 70번 버스를 70에이(A)∼비(B)번 버스로 확대하고, 이날부터는 고촌읍 아파트단지에서 출발하는 70시(C)∼디(D)번 버스를 10분 간격으로 추가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가 혼잡도 완화 대책이 나온 이날 아침 7시30분께 기자가 직접 김포도시철도 사우역에서부터 김포공항역까지 열차를 탑승해보니, 출근길 14분간 이어지는 ‘압사 공포’는 여전했다. 지난달 4월12일 아침에 탑승했을 때처럼 가슴에 강한 압박이 느껴지고 호흡이 어려웠다. 시민들의 “아악” 하는 비명과 숨 찬 소리도 귓가를 울렸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박은주(35)씨는 “호흡곤란을 느낄 정도로 열차가 혼잡한 건 여전하다”고 했다. 이날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한 여성 승객은 가쁜 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안정을 취하고 떠나기도 했다. 역사 안에는 소방관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26일 아침 7시46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풍무역에서 고촌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 종착지인 김포공항역까지는 아직 역 하나가 남았지만, 이미 사람들이 꽉 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고병찬 기자
시민들은 ‘환승 어려움’과 ‘시간’ 등을 이유로 앞으로도 지하철을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김포에서 서울 을지로로 출근한다는 40대 직장인 ㄱ씨는 “버스전용차로가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버스를 타면 지하철보다 시간이 2배 걸린다. 앞으로도 당분간 버스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역시 을지로로 출근한다는 김혜영(65)씨는 “버스를 이용하면 환승까지 시간이 더 걸리고 복잡해 여전히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 이날 혼잡률 완화 대책으로 운영되는 45인승 전세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은 10여명이거나 그보다 적은 숫자인 경우가 많았다.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대보다 적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이 집에서 가깝다는 직장인 김석영씨는 지하철 탑승과 시간 차가 크지 않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침 8시38분부터 20분간 70비(B)번 버스를 탔다는 김씨는 “평소 풍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았는데, 버스를 이용하니 걸린 시간도 비슷하고, 훨씬 편했다”고 했다.
개화~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 구간 위치도. 서울시 제공
전문가들은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신규 교통시설이 생겼을 때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하다가 점차 개선되는 현상을 ‘램프업’(Ramp-up)이라고 부른다. 보통 3∼6개월 정도 적응기간이 지나면 수요가 올라올 수 있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불편사항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고착’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유 교수는 “버스전용차로 등 단기적인 대책에 더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GTX(광역급행철도)-D’ 노선 신설, 서울로 향하는 광역도로 신설 개통 등 중장기 대책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